“그를 만나면 모두 사라졌다”…13년 만에 드러난 강화도 암매장과 ‘연쇄 실종’의 전말[듣는 그날의 사건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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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그날의 사건현장>은 대한민국을 뒤흔든 주요 사건들을 통해 숨겨진 진실을 추적하는 시리즈입니다. 과거의 기록을 되짚으며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고 정의와 안전의 가치를 깊이 있게 고찰하는 서울신문의 특화 기사입니다. 서울신문은 기사 내용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AI 음성을 이용해 기사 내용을 재구성했습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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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강화도의 한 야산, 그 땅속에는 13년 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끔찍한 연쇄 실종과 살인의 진실이 묻혀 있었다. 이 잔혹사의 전말은 2014년 8월 30대 회사원 B씨의 시신이 암매장된 채 발견되면서 마침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웃 주민이자 부동산업자였던 60대 A씨가 살인 및 사체 유기 혐의로 구속되며 과거 강화도 일대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연쇄 미제 사건들의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한 것이다.

기사관련 AI 생성 슬라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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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2천만 원의 덫, 돌아오지 못한 담판모든 비극은 지켜지지 않은 부동산 매매 계약에서 시작되었다. 피해자 B씨는 강화도에 있는 A씨 소유의 땅 200평을 1억 3,000만원에 매수하기로 하고 중도금 1억 2,000만원을 건넸다. 하지만 A씨는 잔금을 받을 때 해당 토지의 근저당을 해제해 주겠다는 약속을 차일피일 미뤘다. 이에 B씨는 계약 해지와 대금 반환을 요구하며 법원 판결까지 받아냈지만 A씨는 끝내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 결국 2014년 7월 31일 오전, B씨는 A씨와 직접 담판을 짓겠다며 강화도로 향했다. 하지만 그날 밤 9시가 넘도록 남편이 귀가하지 않자 불안해진 아내가 경찰에 실종 신고를 접수했고, 경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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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한 알리바이 연출과 대담한 수사망 정탐경찰 조사에서 A씨는 B씨가 찾아온 것은 맞지만 시간을 더 달라고 하자 곧바로 돌아갔다며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다. 실제로 당일 B씨의 승용차가 강화도를 빠져나가는 모습이 방범 CCTV에 포착되었고, 며칠 뒤 B씨와 아무런 연고가 없는 김포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해당 차량이 발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CCTV 영상을 정밀 분석한 형사들의 눈에 결정적인 허점이 포착됐다. 강화도로 들어올 때 밝은색 옷을 입었던 B씨와 달리, 차를 몰고 나가는 운전자는 어두운색 옷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김포에 차를 버리고 나타난 인물은 다름 아닌 검은색 옷차림의 A씨였다. 그는 차량의 내비게이션을 떼어내 숨기고 택시를 타 강화도로 복귀한 뒤 자신의 트럭을 몰고 나가 B씨의 지갑과 휴대폰 등 유류품을 해안도로 인근 공터에 내다 버리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러한 A씨의 대담함은 수사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경찰의 밀착 감시를 받던 그는 돌연 형사들에게 수양 엄마를 만나러 가야 한다며 점집 방문에 동행할 것을 요구했다. 놀랍게도 그 점집의 창문은 경찰이 B씨의 유류품을 수색하던 공터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있었다. 경찰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해 자신을 감시하는 형사들을 역이용해 수색 현장을 직접 정탐하려 한 것이다. 전과 33범인 그의 주도면밀하고 간교한 민낯이 소름 끼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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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산의 파리 떼와 문손잡이에 남은 결정적 핏자국경찰은 A씨의 트럭 이동 동선을 시간대별로 쪼개어 분석하며 인근 야산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폭염 속 수차례 산을 오르내리던 형사의 눈에, 유독 파리 떼가 끈질기게 모여드는 한 지점이 포착되었다. 돌을 던져 쫓아내도 다시 날아드는 그곳을 파내자, 무더위 속에 심하게 부패한 B씨의 시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신은 성별조차 구별하기 어려웠으나, 손가락에 끼워진 결혼반지를 통해 B씨임이 최종 확인되었다. 이후 빼도 박도 못할 과학적 증거들도 쏟아졌다. 버려진 B씨의 지갑과 휴대폰 등 유류품에서 A씨의 지문이 감식되었고, A씨가 페인트가 묻은 것이라며 우기던 슬리퍼에서 눈에 보이지 않던 B씨의 미세 혈흔이 검출되었다. 결정적으로 A씨의 컨테이너 자택 출입문 손잡이 틈새에 숨겨져 있던 B씨의 미세 혈흔이 햇빛의 각도 덕분에 극적으로 발견되었다. 수많은 물증 앞에서도 A씨는 끝까지 누명이라며 범행을 부인했으나, 법원은 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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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위로 떠오른 13년 전 연쇄 미제 사건들A씨가 덜미를 잡히면서, 2001년 이후 강화도 일대에서 발생했던 3건의 실종 및 변사 사건의 끔찍한 윤곽도 선명해졌다. 먼저 2001년에는 A씨와 함께 지내던 내연녀 C씨가 돌연 실종되었고, 그녀가 사라진 지 한 달 뒤 C씨 소유의 아파트는 A씨에 의해 대리 처분되었다. 이어 2004년에는 A씨의 일을 돕던 직원 D씨가 사라진 당일, D씨 명의의 인감증명서가 발급되었으며 그의 토지가 A씨 명의로 매매 이전되었다. 그리고 2006년에는 토지 진입로 문제로 A씨와 갈등을 빚던 펜션 관리인 E씨가 실종된 지 보름 만에 인근 야산에서 타살체로 발견되었다. 당시 수사기관은 A씨를 유일한 마지막 목격자이자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해 조사를 벌였으나, 결정적인 물증이 부족해 매번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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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 부동산의 탐욕과 연쇄 살인마의 시그니처이 모든 비극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A씨의 부동산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과 탐욕이었다. 과거 강화도 부동산 열풍 때 많은 땅을 사들인 그는 실제로는 과도한 근저당이 설정된 깡통 부동산을 쥐고 있었다. 자신의 부동산 소유권이 위협받거나 금전 반환 압박을 받을 때, 그는 통제 불능의 잔혹한 폭력성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들의 시신에서 범인의 내면적 욕구가 투영된 전형적인 연쇄 살인마의 시그니처를 발견했다. 피해자들이 방심한 틈을 타 정면이 아닌 뒤에서 공격을 가했으며, 치명상이 아닌 뾰족한 흉기로 찌른 듯한 작고 둥근 상처들이 사후에 남겨져 있었다는 점이다. 1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법망을 비웃으며 무법자로 군림했던 연쇄 살인마 A씨는 마침내 철창 신세를 지게 되었다. 하지만 2001년과 2004년에 연기처럼 사라진 두 사람의 시신은 끝내 발견되지 못한 채 여전히 깊은 미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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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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