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욕망을 인정하자

“집은 Buying, 즉 사는 것이 아니라 Living, 즉 사는 곳이다.”

정부가 지난 8월 다주택·비거주에 대한 세금을 강화하는 세제 개편안을 발표하며 제시한 원칙이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하향하는 계획은 철회했지만 원칙은 고수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2일 후보자 시절 “거주 중심 주택시장을 정착하겠다는 것이 정부가 생각하는 일정한 방향성”이라고 강조했다.

국민도 이러한 원칙에 공감할까. 국가데이터처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소득이 증가하거나 여유 자금이 생기면 부동산에 투자할 의사가 있는 가구주는 46.1%였다. 이 중 투자 목적이 ‘내 집 마련’인 가구주는 39.0%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가치 상승’, ‘임대 수입’, ‘노후 대책’ 등 주거 이외의 목적도 51%에 달했다.

특히 부동산이 국민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집은 사는 곳(living)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지난해 3월 말 기준 전체 가구의 평균 자산은 5억 6678만원으로, 이 중 부동산이 71.1%에 달했다. 부동산 중 거주 주택만 전체의 41.9%였다. 집을 사는 것(buying)이 자산의 절대적 크기를 늘릴 수 있고, 다른 사람과의 자산 격차도 줄일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인식되는 이유다.

물론 자산 불평등이 심화하는 것을 우려하며 부동산 투기 억제에 공감하는 국민도 많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2일 “강남 불패, 부동산 투기 공화국은 이제 과거 이야기가 될 것이다.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재차 강조한 것도 투기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이 작지 않음을 보여 준다.

다만 정부는 국민의 양가적 감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집이 자산 형성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국민은 부동산 투기에 부정적이면서도 부동산 투자는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변상인 박사는 지난 8월 발표한 논문에서 “주택 소유자는 자산 불평등을 불공정하다고 인식하면서도 자신의 경제적 안전을 뒷받침하는 자산 기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과세에 대해서는 더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억제한다는 명목으로 집을 사는 것(buying)까지 방해한다고 인식하면 정책에 대한 불만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최근 장관 후보자들의 부동산 투자·보유 이력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왜 우리만 못 하게 하는가”라는 비판이 나온 것도 이런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부동산 정책의 출발점은 국민에게 “집으로 돈 벌 생각을 하지 말라”고 훈계하는 데 있어서는 안 된다. 국민이 왜 집을 사고 싶어 하는지, 왜 집을 자산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지를 먼저 인정해야 한다. 그 욕망 자체가 아니라 그 욕망이 투기와 불평등으로 변하는 구조를 겨냥해야 한다. 부동산으로 자산을 형성하겠다는 국민의 욕망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반발과 불신을 키우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박기석 경제정책부 기자

박기석 경제정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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