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도 업무도 유자녀 우선?…직장 내 ‘육아 배려’ 갑론을박 [이슈픽]

김유민 기자
입력 2026 10 01 07:47
수정 2026 10 01 07:47
육아 중인 직원을 배려하는 과정에서 자녀가 없는 직원들이 연차 사용이나 업무 분담에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사연이 잇따라 전해지면서 직장 내 ‘육아 배려’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소셜미디어(SNS) 스레드에는 ‘회사 단톡에서 지금 싸움 남’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에 따르면 팀원 7명 가운데 6명이 추석 연휴 다음 날인 28일 연차 사용을 신청했다. 하지만 팀장은 “한 명만 가능하다”며 “멀리 고향에 다녀오는 분이나 아이 있는 분을 우선으로 하겠다”고 공지했다.
이에 한 직원이 “저도 4시간 운전해서 본가에 다녀오는데 왜 아이가 있으면 우선권이 생기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자녀가 있는 직원은 “애 데리고 이동해보시면 그런 말 안 나와요”라고 답했다. 이후 단체 대화방에는 한동안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같은 연차인데도 어린 자녀가 있거나 고향이 멀거나 부모님을 모셔야 하는 등의 사정에 우선순위를 둬도 되는 걸까”라며 “처음에는 당연히 애 있는 사람이 먼저 아닌가 했는데 생각해보니 싱글인 사람은 매번 명절 당직, 연휴 출근, 연말 근무 등을 먼저 맡게 되는 회사가 많지 않냐”고 했다.
결국 팀장은 직원들에게 서로 협의해 한 명을 정해달라고 했지만 6명 모두 연차 신청을 취소하지 않았다.
A씨는 28일 추가 댓글을 통해 “다들 결과를 궁금해하는데, 전원 출근했다”고 전했다.
연차뿐 아니라 일상적인 업무 분담에서도 비슷한 갈등을 겪고 있다는 사연도 있다.
앞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녀 없는 직원만 맨날 손해 보는 회사 분위기, 제가 꼬인 건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30대 미혼 직장인이라고 밝힌 작성자 B씨가 속한 팀은 총 8명으로, 이 가운데 5명이 자녀를 두고 있다고 한다.
B씨는 육아 때문에 갑자기 자리를 비우거나 반차를 사용하는 동료들의 상황 자체는 이해한다고 했다. 그는 “자녀가 아프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그 이후부터다. 어느 순간부터 팀 분위기가 완전히 굳어졌다”고 토로했다.
B씨에 따르면 자녀가 있는 직원들이 “애 데리러 가야 해서 먼저 퇴근할게요” “어린이집 호출이 와서 급하게 나가야 해요”라며 자리를 비우면 남은 업무는 자연스럽게 다른 직원들의 몫이 됐다.
특히 프로젝트 마감을 앞두고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고 한다.
B씨는 “퇴근 직전에 ‘아이 열나서 병원 가봐야 한다’고 나가면 남은 사람들이 그 업무를 처리하는 구조”라며 추가 업무를 맡는다고 해서 인사평가나 성과급에서 더 좋은 대우를 받는 것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B씨는 회의 도중 팀장이 “다들 서로 배려하면서 가자”고 하자 “특정 사람들에게 업무가 몰리는 건 문제 아닌가”라고 의견을 냈다. 그러자 자녀가 있는 한 직원은 “애 키워보면 그런 말 못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B씨는 “출산율도 낮고 육아 환경이 힘든 것을 알기 때문에 회사에서 어느 정도 배려는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면서도 “문제는 육아하는 직원들이 아니라 그 부담을 특정 사람들에게 넘기는 회사 시스템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온라인에서도 의견은 엇갈렸다.
자녀 유무를 연차나 업무 분담의 기준으로 삼는 데 반대하는 네티즌들은 “배려와 희생은 다른 것” “업무를 더 맡는 만큼 평가나 성과급에 반영돼야 한다” “미혼이나 무자녀 직원이 계속 양보하는 구조라면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애 있는 사람을 배려해주면 나중에 그 아이가 배려해준 사람에게 효도해주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육아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해 어느 정도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아이를 데리고 이동하면 같은 거리라도 훨씬 힘들다” “회사보다 가정이 우선일 수 있다” “본인이 나중에 자녀를 낳으면 받을 수 있는 배려이기도 하다”는 반응이다.
육아 중인 직원과 자녀가 없는 직원을 서로 경쟁하게 만드는 회사의 인력 운용 방식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애초에 연차를 누가 쓸지 직원들에게 정하게 하는 게 문제지 누가 먼저냐가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육아에 대한 직장 내 배려가 필요하더라도 이에 따른 업무 공백이나 휴가 조정의 부담이 특정 직원에게 반복적으로 돌아가는 구조라면 또 다른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추석 연휴 직후에는 특히 연차 수요가 몰릴 수 있는 달력 구조였다.
올해 추석 당일은 9월 25일 금요일로, 추석 전날인 24일부터 26일까지가 공휴일이고 27일은 일요일이었다. 이에 따라 추석 연휴는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나흘간 이어졌다.
28일 월요일은 대체공휴일이 아니어서 회사가 별도 휴무일로 지정하지 않은 직장인이 연휴를 하루 더 이어가려면 연차 등을 사용해야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5인 이상 기업 601곳을 조사한 결과 추석 휴무일수를 나흘로 정한 기업은 76.5%였다. 닷새 이상 쉬는 기업은 14.2%, 사흘 이하는 9.3%였다.
김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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