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약물’ 두 번 맞고 “드르렁” 코골아…너무 멀쩡한 사형수, 美 ‘발칵’ [월드픽]

김성은 기자
입력 2026 10 01 15:14
수정 2026 10 01 15:32
미국 테네시주에서 사형 집행 약물을 두 차례나 투여했는데도 사형수가 숨지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전례 없는 실패에 주지사는 올해 남은 사형 집행을 멈추고 외부 기관에 진상 조사를 맡겼다.
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테네시주 교정 당국은 지난달 30일 사형 선고를 받은 크리스타 게일 파이크(50)에게 사형 집행 약물을 두 번 투여했지만 형을 집행하지 못했다.
파이크는 약물을 맞은 뒤에도 크게 코를 골았고,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형이 집행됐다면 그는 200여년 만에 테네시주에서 처형된 여성이 될 예정이었다. 빌 리 주지사는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히기 위해 제3자에게 조사를 맡겼다”고 설명했다.
반면 주 교정국은 승인된 절차를 빠짐없이 따랐다는 입장이다. 주 규정은 첫 약물 투여 뒤 숨지지 않으면 두 번째 약물을 주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뒤에도 살아 있을 때의 대응 방침은 명시돼 있지 않다.
미국 사형정보센터의 로빈 M. 마허 사무총장은 “유례가 없는 일”라고 평가했다. 혈관을 찾지 못해 사형을 피한 사람은 7명 있었지만, 약물을 투여 받은 뒤에도 살아남은 사람은 파이크가 처음이라는 설명이다.
별도의 방에서 집행 과정을 지켜본 기자들에 따르면, 오후 7시 27분 사형 집행실의 커튼이 걷히자 침대에 묶여 있는 파이크의 모습이 드러났다.
하지만 파이크는 약물이 들어간 뒤에도 의식을 잃지 않았다. 한때는 고개를 들고 교도관에게 팔에 이런 느낌이 드는 게 맞느냐고 묻기도 했다.
오후 8시 26분까지 두 번째 약물 투여가 이뤄졌다. 이후 커튼이 닫힌 뒤에도 파이크의 코 고는 소리가 계속 들렸고, 오후 8시 53분 마이크가 꺼지면서 기자들은 현장 밖으로 안내됐다.
파이크의 변호인단은 그날 밤 테네시주 대법원에 집행을 즉시 멈춰 달라는 긴급 신청을 냈다.
파이크가 “불필요한 고통”을 겪고 있으며, 이는 잔인하고 이례적인 처벌을 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변호인단은 연방 제6순회항소법원과 지방법원에도 같은 취지의 신청을 냈다.
테네시주가 사형 집행에 실패한 것은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다. 지난 5월에는 1994년 3명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토니 캐러더스의 사형이 취소됐다. 당시 집행팀은 한 시간 넘게 약물 주입용 정맥 주사를 꽂으려 애썼지만 끝내 실패했다.
파이크는 1995년 남자친구와 함께 직업훈련기관에서 같이 공부하던 19세 콜린 슬레머를 살해했다. 이날 오전 항소법원이 어린 시절 성적 학대 주장을 더 살펴봐야 한다며 집행을 미뤘지만, 연방 대법원이 몇 시간 뒤 이를 뒤집었다. 지지자들은 범행 당시 18세였던 나이와 정신 질환, 학대 피해를 고려해야 한다고 호소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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