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알래스카 발표, 美에 이의제기…상업적 합리성 없으면 안해”

김 산업장관 “합의보다 더 나갔다”

러트닉 장관에 아침 직접 문제제기
‘검토 착수’ → 트럼프 기정사실화
“美는 정치 관점서 관심 있겠지만
우리는 원리금 회수 관점에서 봐”
미국 측, 상업성 높일 조치 약속
美 자료 보내온다고 해 보고 판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한국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대미 투자 프로젝트 설명하는 김정관 산업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한국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검토 추진’ 단계인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투자를 기정사실로 공식화한 데 대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김 장관은 “기준은 단 하나다. 상업적 합리성에 따라 판단하고, 안 되면 추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오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에게 직접 문제를 제기했다”며 “한국 측의 우려를 이해한다는 반응과 함께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숫자·단정적 표현, 많이 나간 얘기”그는 “알래스카와 관련해 양국이 합의한 내용은 팩트시트에 있는 세 문장이 전부”라며 “숫자나 단정 짓는 듯한 표현은 합의한 것보다 훨씬 많이 나간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알래스카 프로젝트는 양국은 사업 진행 여부에 대한 ‘검토 착수’ 수준에서 합의한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엑스(X) 계정에 대미투자 협상과 관련해 한국에 ‘상업적 합리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이 발표한 대미투자 사업 중 알래스카 LNG 사업은 상업성이 확인되고, 대한민국 법 절차에 부합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working’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쓴 ‘working’은 상업성이 있는지 검토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텍사스 가스복합발전소 건설’, ‘대형 원전 8기 건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이 결정됐다고 직접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대형 원전 8기도 짓고, 마침내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알래스카 주민들에게 엄청난 승리”라고 성과를 부각했다.

러트닉 상무장관도 알래스카 LNG 사업과 관련한 한국의 투자 규모를 두고 “500억 달러를 조금 넘는 금액”이라며 한국 정부가 투자 자금을 조달하고 사업 비용을 전액 부담하며 “그 혜택은 미국이 받게 된다”고까지 설명했다.

대미 투자 프로젝트 설명하는 김정관 산업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한국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미국도 알래스카 프로젝트가 얼마나 악명 높은지 알고 있다”며 “그래서 관세, 세금 등 국내 기업의 참여 부분에 대해 미국 측이 상업적 합리성을 높일 수 있는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이 이날 발표한 전략투자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담은 공동 팩트시트(설명자료)에는 ‘상업적 합리성과 국내법적 요건 충족을 조건으로 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한 검토에 착수하는 데 합의했다’고 명시됐지만 미국 측은 한국의 투자가 사실상 확정된 것처럼 발표했다. 미국이 한국 벤더·공급업체에 대해 우호적 관여를 지원하고, 생산된 알래스카 LNG에 대해 경제성을 확보한 가격으로 구매 계약 체결을 보장한다고 돼 있지만 ‘투자한다’는 내용은 전혀 담겨 있지 않다.

김 장관은 “알래스카 프로젝트는 상업적 합리성이 없으면 추진하지 않는다는 데 미국과 한국이 이해를 같이하고 있다고 분명히 말한다”며 “미국이 이 부분을 국내(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걸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측이 당초 670억 달러로 제시했던 사업비도 540억 달러, 500억 달러 등으로 계속 바뀌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인들 “트럼프 국정운영이 물가상승 초래” 비난…공화당 중간선거 승산 위협
미국인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대응과 물가 상승에 대해 깊은 실망감을 느끼고 있으며, 그의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함께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물가 상승을 초래해 11월 대선에서 당의 승산을 위협한다고 비난하고 있는 것으로 1일 공개된 AP-NORC 공공정책연구센터의 새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다. 사진은 30일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연설하는 트럼프의 모습. 워싱턴 AP 뉴시스


김 장관은 “670억 달러에서 540억 달러, 500억 달러로 며칠 새 숫자가 많이 바뀐다는 것은 미국 내에서도 제대로 프로젝트를 검토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내용을 보내오면 자료를 보고 판단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대미투자 프로젝트 중 진행이 확정된 것은 223억 달러 규모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사업뿐이며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과 알래스카 프로젝트는 추가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장관은 지난해 말 검토 당시에는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이었다고 했다. 1300㎞에 달하는 파이프라인을 건설해 알래스카 북부에서 남부 액화터미널로 천연가스를 수송·수출하기까지 인허가와 혹한에 따른 인력 수급, 공사비 상승 등이 걸림돌이었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 측이 민간사업 중심이던 사업 구조를 연방정부 주도로 바꾸겠다고 밝히면서 정부는 사업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관련 자료를 받은 뒤 현지 실사에 나설 예정이다.

[그래픽] 트럼프 “이재명 대통령과 2000억달러 대미투자 합의”…알래스카 LNG 포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 사업을 포함한 한국의 2000억 달러(약 271조4000억원) 규모 대미 투자 개시를 뉴욕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 정부는 알래스카 LNG 사업에 대해 상업성 확인과 국내법 절차 충족을 전제로 실무작업에 착수하는 단계라는 입장이다. 뉴시스


원전 사업 부지 결정도 안돼
“러트닉 언급은 원전 짓고 싶는 주들”
김 장관은 “미국은 정치적으로나 알래스카 지역, LNG 비즈니스 차원에서 관심이 있지만 우리는 원리금 회수 관점에서 볼 수밖에 없다”며 “미국과 치열하게 협상해 나가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연방정부가 고질적 이슈인 인허가 문제, 인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사업성이 그 전보다는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자료를 기다리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알래스카 LNG의 경제성을 확보한다면 중동 가스 의존도를 낮추는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전략적 고려’를 검토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산업부도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양해각서(MOU) 상 상업적 합리성과 관련 국내법 절차를 전제로 검토에 착수한다는 것”이라며 “투자 여부나 규모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알래스카에 한국 투자” 일방적 발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에 투자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현지 언론은 트럼프가 내달 중간선거를 앞두고 알래스카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에 뒤지는 것을 만회하기 위해 이같이 발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AP/뉴시스


김 장관은 원전 사업 건설 부지 등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러트닉 장관은 대형 원전 8기는 미 오하이오, 테네시, 사우스캐롤라이나, 켄터키 등에 건설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여러 지명이 언급되는데, 원전을 짓고 싶어 하는 주들”이라며 “같은 지역이어도 다양한 부지가 있다. 프로젝트가 구체적으로 진행되면 우리에게 보내줄 것으로 예상한다. 사업성과 영향을 꼼꼼히 따져서 어느 부지가 최선인지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김 장관은 이번 발표를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대미 전략투자가 단순한 자금 투자를 넘어 우리 기업의 새로운 사업 기회를 확대하고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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