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기장의 여객기 테러, 승객이 막았다 …“이스라엘판 9·11 될 뻔”

아찔했던 중동 여객기 회항 전말

조종실서 부기장이 기장 칼로 찔러
아수라장에 승객이 조종실 달려가
용의자 목 조르는 등 맨손으로 제압
탑승했던 조종사들 덕에 무사 착륙
항공사 동료들 “종교적 극단주의자”
174명 목숨 구한 ‘피투성이 영웅’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향하던 플라이두바이 소속 여객기에서 발생한 고의 추락 시도를 저지한 승객 중 한 명인 야니브 하윤(앞줄 왼쪽 두 번째)이 30일(현지시간)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에서 이스라엘 국기를 든 채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텔아비브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로 향하던 여객기에서 부기장이 기장을 흉기로 찌르고 비행기를 추락시키려고 한 것으로 추정되는 아찔한 사건이 발생했다. 승객이 맨손으로 현장을 제압하며 대형 참사를 막은 가운데, 이스라엘 정부는 이번 사건을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테러 공격 시도로 규정했다.

1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전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이륙해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향하던 플라이두바이 소속 보잉 737맥스 여객기에서 오만 국적 부기장이 인도 국적 스미트 마차르 기장을 흉기로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여객기에는 이스라엘인 166명을 포함한 승객 174명이 타고 있었다.

ISRAEL UAE FLYDUBAI
비상 착륙한 사우디아라비아 타북 공항에서 승객을 싣고 벤구리온 국제공항에 도착한 플라이두바이의 대체 항공기. 텔아비브 EPA 연합뉴스


조종실에서 벌어진 초유의 흉기 난동에 여객기는 1분도 안 돼 고도 3만 4000피트(약 1만m)에서 1만 7000피트로 급강하했고, 기내는 아수라장이 됐다. 순식간에 5000m 이상 곤두박질치는 기체에서 피투성이가 된 마차르는 마지막 힘을 짜내 해제 버튼을 눌러 조종실 문이 열리도록 했고, 이후 열린 문으로 승객 야니브 하윤과 승무원이 들어와 부기장을 제압했다.

하윤은 언론 인터뷰에서 “다른 승객 2명을 불러 용의자의 목을 졸라 함께 제압한 뒤 조종실 밖으로 끌어냈다”며 이후 다시 조종실로 들어가 조종간 레버를 뒤로 당겨 여객기 추락을 막았다고 전했다. 배관공 출신인 그는 항공기 사고 관련 프로그램에서 본 대로 조종간을 당겨 대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탑승 중이던 비번 조종사 2명이 사우디아라비아 타북 공항으로 여객기를 안전하게 착륙시켰다. 기내에서 부상자를 치료한 의사 쇼타 무사예프는 “조종사는 온몸이 베였고 손은 거의 두 동강이 날 지경이었다”고 처참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여객기는 급강하하며 기체 결함이나 엔진 고장, 화재 등 항공기 운항에 중대한 위협이 발생했을 때 보내는 ‘코드 7700’을 발신했다. 이어 항공기 피랍 등을 의미하는 ‘코드 7500’로 신호가 변경돼 송출됐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 공군 전투기가 출격하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긴급 대책 회의를 소집하는 등 이스라엘 정부는 비상사태에 들어갔다.

현재 사우디 당국이 용의자 부기장을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배후 등을 심문하고 있으며, 이스라엘과 UAE도 조사에 참여하게 된다. 이스라엘 매체들은 부기장이 약 8개월 전 플라이두바이에 입사했으며, 평소 종교적 극단주의 성향을 보였다는 동료들의 증언을 보도했다. 다만 정보당국은 이번 사건에 이란이 연루됐을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사건을 ‘제2의 9·11 테러’라고 주장하며 공식 성명을 통해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의 명백한 테러 공격 시도로 규정했다. 특히 이번 사건이 2023년 하마스의 기습 공격이 있던 날과 일주일 차로 발생하며 4주 뒤 예정된 이스라엘 총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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