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으니 축의금 환불” 드레스 입고 ‘이혼식’ 연 쌍둥이 엄마…엇갈린 반응 [이슈픽]
이보희 기자
입력 2026 11 04 18:30
수정 2026 11 04 18:30
지난달 지인 30여명 초대해 이혼식…외신도 주목
“축의금 환불”…현금 대신 손편지·복권 담아
결혼식 대신 이혼식을 열어 새로운 출발을 기념한 여성의 사연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하객들의 축하를 받는가 하면, 축의금 환불 센터를 운영하는 등 파격적인 행사로 이목을 끌었다.
행사의 주인공은 쌍둥이 자녀를 둔 작가 조승연씨(37)다. 최근 영국 BBC 등 외신도 조씨의 이혼식을 소개하며 한국 사회에서 달라지고 있는 이혼에 대한 인식과 여전히 남아 있는 편견을 조명했다.
조씨는 지난달 2일 서울 종로구 북촌의 한 복합문화공간에서 가까운 지인 약 30명을 초대해 이혼식을 열었다. 당시 현장을 담은 영상은 소셜미디어(SNS)에서 조회수 122만회를 넘기며 관심을 모았다.
공개된 영상 속 조씨는 은빛 드레스를 입고 부케를 든 채 행사장에 등장했다. 하객들은 박수로 그를 맞았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새로운 출발을 축하했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축의금 환불 센터’였다. 과거 자신의 결혼식에 축의금을 보내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다만 실제로 현금을 돌려주는 대신 손편지와 즉석복권을 봉투에 담아 전달했다. 힘든 시간을 함께 견뎌준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행운을 빌어주려는 의미를 담았다.
결혼식에서 촛불을 밝히는 화촉 점화 순서는 반대로 불을 끄는 의식으로 바뀌었다. 성혼선언문 대신 자신을 향한 이혼선언문을 낭독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행사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첫 순서에서는 이혼선언문을 읽으며 앞으로의 삶에 대한 다짐을 전했고, 이어 친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선물을 나눴다. 마지막에는 불꽃 장치를 활용해 과거의 후회와 아쉬움을 내려놓는 시간을 가졌다.
조씨가 이혼식을 기획한 것은 이혼 절차를 마친 뒤 자신을 응원해 준 친구들과 새로운 출발을 함께 기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혼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으며, 그때마다 곁을 지켜준 친구들이 모든 일이 끝나면 파티를 열자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혼 절차가 마무리된 뒤 친구가 행사장 대관 정보를 보내왔고, 이를 계기로 약속을 현실로 옮겼다는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이혼선언문을 읽으며 친구들과 눈을 맞췄던 때를 꼽았다. 자신을 향한 친구들의 응원과 지지를 확인하면서 큰 위로를 받았다고 전했다.
조씨가 낭독한 선언문에는 자신을 향한 다섯 가지 약속이 담겼다. 사랑받기 위해 자신을 작게 만들지 않고, 내면의 목소리를 믿으며, 사랑을 계속 믿고, 행복을 미루지 않으며, 언제나 자신의 편에 서겠다는 내용이다.
그는 “이혼을 단순히 실패한 결혼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며, 자신에게 이혼은 스스로와 더 나은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삶을 다시 세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특히 조씨가 이혼식을 대중에게 공개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이혼 이후의 삶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새로운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혼을 결심했을 당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기 어려워 막막함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혼과 관련한 콘텐츠가 자극적인 사연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혼 이후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접하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이어 이혼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오히려 당사자들의 두려움을 키울 수 있다며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는 하나의 사례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혼식을 둘러싸고 SNS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타났다. “새로운 시작을 응원한다”, “이혼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기념하는 모습이 멋지다”며 응원이 이어진 반면, “이혼이 축하받을 일인지는 모르겠다”, “전 배우자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는 비판적인 의견도 나왔다. 이혼을 새로운 출발로 받아들이는 것과 이를 공개적인 축하 행사로 만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시각이다.
“이렇게 양극화 된 반응 나올 줄 몰라…악플에도 타격 없다”조씨는 4일 자신의 SNS에 이혼식 이후 한 달의 시간을 돌아보며 “살면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축하와 비난, 응원과 비판이 뒤섞여 댐 무너지듯 쏟아져내렸다”면서 “사실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을 줄 몰랐다. 그리고 이렇게 양극화 된 반응을 이끌어낼 줄 몰랐다”고 털어놨다.
그는 “혹시나 부모님이 보시면 상처 받을까 하는 생각에 눈 뜨자마자 댓글창을 열어 악플을 지우던 날들도, 지나가는 낯선 이의 미소에 움츠러들던 날도 있었다”면서 “장기적으로 내게 큰 타격은 없었다. 비슷한 상황에서 큰 용기 얻고 있다는 메시지 하나가 의미 없는 악플 백개 정도는 상쇄해버린다”고 했다.
이혼식 이후 외신 등 다수 매체와 인터뷰를 했다는 조씨는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라는 강박이나 큰 관심에 붕 뜨는 기분이 들 때에도 언제나 그랬듯 엄마의 역할, 엄마의 삶은 나를 단단히 붙잡아줬다”면서 “반짝 관심은 지나가도 나는 여전히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내며 나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혼은 실패일까…달라지는 사회적 시선이혼을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는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한때 이혼은 가족의 해체나 결혼 생활의 실패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았다. 당사자 역시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이혼 사실을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에게만 알리는 일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혼을 개인의 삶에서 내릴 수 있는 하나의 선택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이혼한 남녀가 새로운 만남을 찾는 연애·결혼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이혼 이후의 일상과 홀로서기를 공유하는 콘텐츠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4월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5%가 이혼을 ‘받아들일 수 있는 선택’이라고 답했다. ‘이혼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은 7%에 그쳤다.
다만 이혼에 대한 개인의 수용도와 사회 전반의 시선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했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54%는 ‘한국 사회가 이혼한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혼을 개인의 선택으로 인정하면서도 정작 이혼한 사람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3월 발표한 ‘2025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 건수는 8만 8000건으로 전년보다 3.3% 감소했다. 이혼 부부의 평균 혼인 지속 기간은 17.6년이었다.
특히 혼인 기간이 30년 이상인 부부의 이혼이 전체의 17.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5~9년이 17.3%, 4년 이하가 16.3% 순이었다. 오랜 세월 결혼 생활을 유지한 부부들도 각자의 상황에 따라 관계를 정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평균 이혼 연령은 남성 51세, 여성 47.7세로 집계됐다. 이혼이 젊은 부부의 관계 해체에 국한되지 않고 중장년층의 삶에서도 중요한 변화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혼식이 이혼 자체를 장려하거나 결혼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조씨 역시 자신의 선택을 다른 사람에게 권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혼 이후에도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꾸려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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