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어느 여름 밤에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식당에 들어가면 구석 자리의 화분부터 살핀다. 화분의 이파리에 윤기가 도는 밥집이라면 무턱대고 믿음이 간다. 푸른 것들을 살뜰히 건사하는 주인장이라면 매사에 손끝이 찰찰하겠지, 밑반찬 솜씨라고 다를까.

자주 가는 밥집의 낮은 기와지붕 위에 하얀 개망초꽃들이 피었다. 기왓장 틈서리에 깨금발로 뻗대고 섰다. 밥집 아주머니가 게을러서 그냥 두고 봤을 리는 없다. 조붓한 마당가에도 온통 여름꽃들이다. 발 디딜 틈만 빼고는 달맞이꽃, 붓꽃, 달개비꽃, 이름도 다 모를 들꽃들까지 다복다복 옮겨다 심었다.

지붕 위 멋대로 핀 들꽃들을 가리키니 아주머니는 대답 대신에 웃었다. 날아든 풀씨가 꽃이 되라고 기다려 준 마음. 그 마음은 잘 차려낸 밥상이다.

우리 집에도 민들레 홀씨가 왔다. 베란다 화분에 제멋대로 터를 잡았는데, 내 마음대로 잡초라 부르지 못하겠다. 원래 내 자리라고 따질 것 같다.

연못도 없는 아파트 뒤뜰에서 개구리 떼창이 건너온다. 옛날부터 내 영토였다고 발을 굴러 운다. 시치미 뚝 떼고 돌아누워도 나는 잠이 오지를 않고, 여름밤은 깊어만 가고.

황수정 논설실장
  • 카카오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네이버블로그 공유하기
  • 네이버밴드 공유하기
ⓒ 트윅,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내안의 AI 본성 분석 :
UNMASK ]
"기사를 읽는 동안 깨어난 당신의 숨겨진 페르소나를 AI가 스캔합니다."
기사 읽는 습관에 숨겨진 당신의 MBTI는?
기사 반응 MBTI 확인
Q.
기사를 끝까지 읽으셨나요? 이제 AI 퀴즈로 기사의 핵심 내용을 점검해보세요.
기사를 다 읽으셨나요? AI 퀴즈로 핵심 점검!
화분의 이파리 상태로 밥집의 신뢰도를 어떻게 판단하나요?
연예의 참견
더보기
여기 이슈
더보기
갓생 살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