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호황에 성장률 뛴들… 소비, 청년 일자리는 뒷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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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편중으로 성장 지속성 우려
李 “유럽 사회혼란 반면교사 삼아야”

한국경제가 반도체 호황으로 3분기 깜짝 성장을 이뤘다. 우리경제의 반도체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한편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최근 열린 반도체대전 하이닉스 부스 현장.
한국경제가 반도체 호황으로 3분기 깜짝 성장을 이뤘다. 우리경제의 반도체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한편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최근 열린 반도체대전 하이닉스 부스 현장.


한국 경제가 3분기 1.0%의 깜짝 성장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당초 전망치(0.3%)를 세 배 이상 웃도는 성적이다. 반도체 등 수출이 2.3% 늘고 설비투자도 4.1% 증가했다.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8% 급증해 약 49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중동 전쟁과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거둔 값진 성과다.

그러나 성장의 속사정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민간소비는 오히려 0.2% 감소했다. 정부소비와 설비투자가 성장률의 상당 부분을 떠받쳤다. 어제 함께 발표된 10월 소비자심리지수도 105.4로 전월보다 1.2포인트 하락했다. 향후 경기전망과 취업기회전망은 나란히 2포인트씩 떨어졌다. 기업 실적과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 사이에 여전히 거리가 있다는 얘기다.

그제 한은이 내놓은 청년고용 보고서는 이런 괴리의 구조적 원인을 보여 준다. 한국 경제가 고용창출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정보기술(IT) 제조업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성장이 양질의 일자리 확대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고 경력직을 선호하면서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반도체 호황이 경제를 이끌어도 청년들이 그 성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이유다.

반도체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진 경제구조도 걱정이다. 지난 9월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절반에 달했다. 한은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투자가 둔화하면 내년 반도체 수출액이 당초 전망보다 최대 1000억 달러 감소하고 성장률도 0.4% 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편중은 성장의 지속성마저 약화시킨다. 호황에 가려진 위험을 직시하고 다른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성장 기반을 넓혀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유럽 각국의 대규모 시위와 사회적 혼란을 거론하며 “유럽의 상황을 우리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저성장과 청년실업, 양극화가 누적되면 경제 문제는 사회 전체의 불안으로 번진다. 성장률이 높아도 일자리와 소득 격차가 줄지 않는다면 우리 역시 이런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는 반도체에 편중된 산업구조를 개선하고 서비스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꾸준히 높여 성장의 기반을 넓혀야 한다. 특히 청년들이 안정적인 일자리에 진입할 기회를 실질적으로 확대하고, 기업의 소득 증가가 가계의 소득과 소비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경제지표의 호황이 일부 산업과 기업에 머무는 한 민생 회복도, 지속 가능한 성장도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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