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개 산책시키고 시급 2만 7000원 받으실 분”…구인 공고 화제 [월드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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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AI 스타트업 이색 채용광고 눈길
“로봇 자율주행 데이터 수집 목적”

인공지능(AI) 챗지피티로 생성한 기사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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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스타트업이 이달 초 로봇 개를 산책시킬 사람을 모집한다는 내용의 이색적인 구인 공고를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로봇 개 산책의 시급은 실제 개를 산책시키는 일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로봇 개는 배변을 위해 돌아다니는 실제 개보다 훨씬 오랜 시간 도시를 누벼야 했다. 공고에 따르면 산책 시간은 4~6시간에 달했다.

시급은 일반적인 개 산책 아르바이트와 비슷한 20달러(약 2만 7000원)로 책정됐고, 근무가 끝난 뒤 즉시 급여가 지급되는 조건이다. 물론 장점도 있다. 로봇 개가 남긴 배설물을 치울 필요가 없고, 누군가의 마당에 흔적을 남기는 모습을 못 본 척할 필요도 없다.

반면 로봇 개도 살아 있는 개 못지않게 말을 듣지 않을 수 있다. 실제 개가 번잡한 도로 한복판에 갑자기 주저앉아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로봇 개도 산책 도중 멈춰 설 수 있다. 장비가 과열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산책 담당자는 로봇 개를 직접 들어 스타트업 사무실까지 옮겨야 한다. 공고에는 지원자가 “약 33파운드(약 15㎏) 무게의 장비를 안전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됐다.

이 같은 채용 공고를 낸 로봇 스타트업 디멘셔널은 로봇용 오픈소스 운영체제를 개발하는 회사다. 스태시 포믹터(26) 디멘셔널 창업자는 로봇에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탑재해 소비자가 현실 세계에서도 로봇에 각종 작업을 지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2024년 6월 18일 중국 상하이에서 상하이 자오퉁 대학교 시험팀이 현장 테스트 시연 중 시각장애인 한 명이 여섯 다리 로봇 ‘안내견’과 함께 걷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2024년 6월 18일 중국 상하이에서 상하이 자오퉁 대학교 시험팀이 현장 테스트 시연 중 시각장애인 한 명이 여섯 다리 로봇 ‘안내견’과 함께 걷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포믹터는 사람이 무거운 상자를 들거나 물건을 옮기는 일을 직접 하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인간이 여전히 이런 육체노동을 하고 있다는 건 솔직히 야만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을 본 뒤 무거운 식료품 봉투를 직접 들고 가는 수고를 로봇 개가 대신하려면, 먼저 로봇이 도심 환경을 스스로 돌아다니는 능력부터 개선해야 한다. 디멘셔널이 로봇 개 산책 담당자를 모집한 이유다.

산책 담당자들은 로봇 개 ‘로보피도’(RoboFido)를 직접 조종하고 이동 경로를 안내하면서 AI가 학습할 수 있는 실제 주행 데이터를 수집한다.

포믹터는 이를 ‘그라운드 트루스’(ground truth), 즉 AI가 현실을 정확히 이해하고 판단하는 데 필요한 기준 데이터라고 설명했다. 로봇에 달린 카메라와 센서는 산책 과정에서 주변 환경을 기록한다.

실제로 네 발 달린 기계가 사람을 따라 거리를 걷는 모습을 목격한 샌프란시스코 주민 한 명은 영상을 NYT에 제보하며 “샌프란시스코는 원래도 기묘한 도시였는데 갈수록 더 기묘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2024년 3월 26일,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알래스카 교통부의 로봇 개가 눈 위를 걸어가고 있다. AP 연합뉴스
2024년 3월 26일,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알래스카 교통부의 로봇 개가 눈 위를 걸어가고 있다. AP 연합뉴스


포믹터는 “로봇 개 산책 실험을 통해 AI 에이전트가 아직 하드웨어를 제어하는 데 매우 서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여전히 인간이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멘셔널은 이번 실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로봇 OS의 성능을 개선함으로써 향후 로봇 개와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이 공장,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 경비 업무 등 다양한 업무 현장에 안전하게 투입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와 같은 로봇 개 산책 실험을 보고 일부 시민은 마치 영화 ‘터미네이터’가 보여주는 암울한 미래를 떠올렸다고 NYT는 전했다.

로봇 개에 반감을 품은 한 시민이 디멘셔널 회사 사무실을 찾아오고, 직원에게 “무작위로 사람을 도살하는 걸 도우며 재미를 보고 있느냐, 이 쓰레기들아”라는 협박성 메시지를 보내 경찰에 신고되기도 했다.

포믹터 CEO는 “앞으로 이런 일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며 “그럴 경우 순찰용 로봇 개가 더 많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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