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생산 넘어 전달 능력으로…“AI 시대 전력계통 패러다임 전환해야” [SFC2026]

이창언 기자
입력 2026 10 28 12:56
수정 2026 10 28 12:56
반도체·AI 시대 전력 수요 급증
송전망 확충 속도가 관건 떠올라
3단계 계층형 분산형 전력망 필요
솔라시도 등 전력 자립 모델 관심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전력 수요가 폭증함에 따라 대한민국 전력계통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단순히 발전 설비 용량을 늘리는 방식을 넘어 필요한 시간과 장소에 전력을 실제로 전달하는 전송 능력 확보와 지역별 전력 자립이 정부 3대 메가프로젝트(반도체·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 성공의 핵심 열쇠로 떠올랐다.
2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1회 서울미래컨퍼런스(SFC) 미래 에너지 혁신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전력 공급 능력과 송전망의 한계를 지적하며 지역별 전력 자립과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승완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 에너지정책연구소장은 “AI 시대 에너지 전략은 태양광·배터리, 해상풍력,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함께 늘려 공급 기반을 단계적으로 쌓아 올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무탄소 전력망의 핵심 제약은 총 설비용량이 아니라 전송 능력”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국가 전력망이 일반적인 전력 수요를 담당하되, 규모가 크고 수요 변동성이 높은 기업은 자체 전력 확보 기반을 갖추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가 전력망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자체와 기업이 지역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직접 활용하는 분산형 전력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취지다.
지역별 여건에 맞는 전력 공급 방안도 제시됐다.
호남 반도체 팹은 기존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송전망 보강 계획으로 전력 공급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2031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호남 반도체 팹의 전력 수요는 6.3GW로, 가동 시 국내 전체 전력소비량의 약 7%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소장은 호남 지역 송전선로 2개 경로를 신설하거나 보강한다면 기존 계획 수준에서 전력 공급이 가능하리라 봤다.
그러면서 그는 호남에 반도체 팹이 들어서고 선로가 신설되면 수도권으로 보내던 전력을 지역 산업에 활용할 수 있어 재생에너지 낭비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호남 지역 재생에너지 출력제어율은 19.7%에서 4.1%로 낮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출력제어는 전력망이 수용할 수 있는 용량을 초과할 때 발전량을 줄이는 조치다.
다만 2031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에 필요한 태양광 발전 설비 추가분 12~19GW는 호남에 집중하기보다 전북·충남·충북 등 전국에 분산해 배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반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별도의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전력 수요가 약 15GW에 이르는 가운데 송전선로 고장 등 비상 상황에서는 계통 운전 용량이 7.2GW로 제한돼 산업단지 공급 목표인 10GW보다 2.8GW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안으로는 마이크로그리드(좁은 지역의 독립적 전력 운용 체계)화와 계획부하차단 조건부 접속제도(상정사고 시 계약된 부하를 차단하는 대신 평소 송전량을 증대) 신설이 제시됐다.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 모델로는 전남 해남의 솔라시도가 주목받았다.
전력자립도가 213%에 이르는 전남은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보유하고 있지만, 송전망 한계로 태양광 발전량을 줄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반면 수도권은 대규모 전력 수요를 추가로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솔라시도 계획은 5.4GW 재생에너지 집적화 지구와 10.8GWh 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연계해 AI 데이터센터와 첨단산업에 무탄소 전력을 공급하는 구조다. 2029년 12월까지 154㎸ 자체 전력망을 통해 0.72GW를 공급하고, 2030년 4분기까지 345㎸ 허브 변전소를 연계해 4.68GW를 추가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백남길 BS산업 분산에너지팀 전무는 발전량이 많은 날 생산 전력의 약 60%를 현지에서 소비하거나 저장하고, 남는 전력 2.1GW를 호남 반도체 팹에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신규 송전선 건설에 장기간을 들이지 않고도 지역의 재생에너지를 산업에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백 전무는 “온실가스를 연간 320만t 줄이고 최대 160조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송전 인프라 구축 부담을 60% 완화하려면 자율접속과 ESS 우선 적용지구 지정 등 제도적 기반 정비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창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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