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 능력·암컷 외모 끌려도…원숭이가 ‘착한 짝’ 찾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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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키럽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희정 옮김
문학동네/ 304쪽/ 1만 9000원

개코원숭이
개코원숭이


심리학자 데이비스 버스는 전 세계 37개 문화권 1만여명을 대상으로 배우자 선택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여성들은 남성의 경제력을, 남성들은 여성의 신체적 조건을 더 중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런데 상대방이 친절한지, 자신을 사랑하는지 여부를 남성과 여성 모두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개코원숭이에 대한 다른 연구 결과도 비슷했다. 서열이 높은 수컷이 암컷들을 차지하는 ‘선형적’ 선택이 일반적이긴 했으나, 왜소하더라도 친절한 수컷이 암컷과 교미하는 확률이 의외로 높았다.

유전자나 호르몬처럼 아주 강력한 물질이 인간의 행동을 지배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뇌를 비롯한 몸의 상태,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과 문화적 배경에 따라 우리의 행동은 달라진다. 이런 행동들이 모여 사회의 기준을 만들고, 이런 기준은 다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행동과학자인 로버트 새폴스키 스탠퍼드대 생물·신경학과 교수의 ‘멍키럽’은 이런 내용들을 가볍게 담아냈다. 우리는 왜 사랑하고 협력하고 경쟁하는지, 왜 우리는 복수심에 사로잡히고, 왜 친절한 사람을 섹시하다고 느끼는지 등을 탐구했다. 원숭이와 쥐의 행동부터 인간의 사랑과 욕망, 관습과 사회제도까지 두루 살핀다.

그가 2000년 전후로 여러 잡지 등에 기고한 18편의 에세이를 유전자, 몸, 사회의 3개 분류로 묶었다.

여기저기 썼던 글이라 하나의 주제로 향하는 맛은 다소 떨어진다. 다만 인간이라는 동물이 얼마나 이상하고 복잡하며 흥미로운 존재인지를 다양하게 보여준다.

그의 전작 ‘행동’(1040쪽),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646쪽)처럼 이른바 ‘벽돌책’이 아닌, 글 하나가 20쪽 안팎이어서 쉽게 읽을 수 있다. ‘제인 구달에 코미디언을 섞으면 새폴스키처럼 글을 쓸 것’이라는 말대로 톡톡 튀는 문체가 매력적이다.

예컨대 앞서 사례로 언급한 개코원숭이 연구에 대해 “우리 중 99%는 ‘피플’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50인’에 실리지 못할 것이니, 평범하고 미숙한 영장류가 누군가의 외모나 냄새에 홀딱 반해 달아올라도 내버려두자”고 하는 식이다. 그러면서 “가장 섹시한 기관이 마음일 수 있다는 것에 희망을 잃지 말라”고 의뭉스럽게 조언한다.

묵직하게 다가오는 글도 있다. 예컨대 ‘우리는 왜 시신을 회수하고 싶어하는가’에서는 침몰한 러시아 잠수함 쿠르스크호의 시신 수습, 미국 9·11 테러 이후 그라운드제로의 희생자 수색 작업 등을 통해 시신 수습과 장례 의식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는다. 죽은 자가 아닌, 산 자들에게 공동체의 가치와 유대, 사회적 관계를 확인하고 재구성하는 기능이 있다고 짚어낸다.

과학적 연구와 이론을 바탕으로 특유의 농담과 비유로 툭툭 던지는 글에 책장이 쉽게 넘어간다. 책을 덮고 나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행동들이 조금은 다르게 보일 법하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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