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방위원장 비자 거부, SCM 연기… 동맹 이상징후 넘친다
입력 2026 10 29 21:58
수정 2026 10 30 01:59
한미 관계 불협화음 인정하고
인적쇄신 등 신뢰 회복 나서야
국회 국방위원장으로서 하와이 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하려던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에 대해 미국이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앞서 미국 비자를 받지 못했던 정청래 민주당 의원의 경우보다 더 당혹스럽다. 군사 동맹이 한국 입법부의 국방 분야 최고위 인사를 불신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당혹스러운 일은 이뿐만 아니다. 매년 11월쯤 열리는 한미안보협의회의(SCM)가 내년 초로 미뤄졌다. 국방장관급 협의체인 SCM은 1980년 12·12사태, 1998년 미국의 이라크공습 때 딱 두 차례 연기됐다. 지금 전시작전권 전환을 둘러싼 한미 간의 간극이 심상치 않은 수준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올해 SCM에서 전작권 전환 연도를 정한다는 입장이었다. 그 회의 자체가 내년으로 미뤄졌다는 것은 조기 전환에 대한 미국의 거부감이 매우 크다는 얘기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그제 한국을 포함해 6개 우방국 국방장관들과 연쇄 양자회담을 가진 뒤 한국과의 회담 발표문만 내지 않은 것도 찜찜하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의 발언도 예사롭지 않다. 지난 27일 하와이 테크넷 인도태평양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그는 GPS 교란 등의 전자전이 한반도에서 벌어질 경우 “48시간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시기를 정해 전작권 전환을 요구하는 한국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한 셈이다.
안보 불협화음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지난 3월 북한 구성시 핵시설 발언으로 본격화됐다. 미국은 정 장관의 발언을 기밀 유출로 보고 대북 첨단 위성 정보 제공을 끊었다. 7개월째 해당 조치가 계속될 만큼 미국은 이 사안을 심각하게 본다.
그럼에도 정부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러자 미국은 지난 6월 워싱턴에서 열린 제5차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한미일 실무그룹 회의에 처음으로 국정원 참석을 배제했다. 강경화 주미 대사는 지난 12일 국정감사에서 “한미 정보 협력이 가장 어려운 현안”이라며 “백악관 고위 라인 협의는 답답할 정도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미 외교 최전선에 선 당사자인 만큼 누구보다 정확한 현실진단일 것이다. 미셸 스틸 주한 미국대사도 한미 관계가 “난기류”를 겪고 있다고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외교부와 통일부는 이상이 없다고만 했다. 그후 벌어진 사태가 현역 의원에 대한 비자 발급 거부와 SCM 연기 등이다. 이래도 한미 관계에 이상이 없다고 할 수 있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이라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인적 쇄신 등을 통한 대미 신뢰 회복에 적극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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