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아들 사망 직후 정자 채취…손주 낳겠다”는 50대 母에 수백명 몰렸다 [월드픽]
이보희 기자
입력 2026 10 14 22:47
수정 2026 10 15 00:08
가자지구서 전사한 19세 아들…법원, 정자 이용 허가
아들 정자 보존한 뒤 출산할 여성 물색…수백명 지원
이스라엘에서 전사한 아들의 정자를 이용해 손주를 얻으려는 어머니가 법원의 허가를 받은 가운데, 아들의 아이를 낳겠다며 수백명의 여성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현지시간) 스페인 일간 엘 파이스에 따르면 샤론 아이젠코트(52)는 2023년 가자지구에서 군 복무 중 숨진 아들 마오르의 정자를 이용해 손주를 얻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마오르는 이스라엘군 골라니 여단 소속 전투병으로 당시 19세였다.
아들이 숨졌다는 소식을 전하러 온 군 관계자들은 아이젠코트에게 사망한 아들의 정자를 채취해 보존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사망 직후 일정 시간 안에 정자를 확보해야 향후 임신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젠코트는 정자를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아들 사망 직후 정자 보존…법원 허가까지 받아아들의 정자를 보존한 뒤 아이젠코트는 이를 이용해 아이를 낳을 여성을 찾기 시작했다. 아들이 생전에 아버지가 되기를 원했다는 점을 근거로, 아들의 정자를 이용해 출산할 수 있도록 법원에도 허가를 신청했다.
이스라엘 법원은 2025년 7월 3일 아들의 정자를 이용해 여성의 난자를 수정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법원은 아들이 생전에 자녀를 갖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는 친구의 증언 등을 받아들였다. 아들이 사후 출산에 관해 명시적인 서면 동의를 남기지는 않았지만, 생전에 나눈 대화 등을 통해 자녀를 남기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이젠코트는 아들의 아이를 낳을 여성을 찾는 과정에서 수백명의 지원을 받았다. 아이젠코트는 “지원자가 몰려 관련 신청을 관리하는 플랫폼이 상담 인력 3명을 별도로 배정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원자 가운데 이스라엘에 계속 거주할 의사가 있고, 임신 가능성을 고려해 비교적 젊은 여성을 선택 기준으로 삼았다. 보존된 정자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고려했다.
아이젠코트는 엘 파이스에 “아들의 사진이나 묘지를 찾는 대신 아들의 일부가 살아 숨 쉬는 존재로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손주가 아들의 빈자리를 대신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삶에 기쁨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전사자 정자 보존 급증…이스라엘서 제도화이 같은 사례는 이스라엘에서 전사자의 정자를 보존해 사후 출산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는 현상과 맞물려 있다.
엘 파이스에 따르면 현재 이스라엘의 병원 4곳에는 2023년 이후 사망한 군인 약 250명의 냉동 정자가 보관돼 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사한 군인 가운데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사망한 사람의 정자를 채취하는 절차 자체는 과거에도 이스라엘에서 가능했지만, 이전에는 드물게 이뤄졌다.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과 이후 전쟁을 계기로 관련 절차가 확대됐다.
전쟁 이후 이스라엘은 부모가 사망한 자녀의 정자 채취를 요청할 수 있도록 예외적인 조치를 시행했다. 정자 채취는 시간이 지나면 성공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어, 법원의 사전 허가를 기다리는 동안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하려는 취지다. 다만 정자를 보존하는 것과 이를 실제 출산에 이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로, 사후 출산을 진행하려면 법적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
과거에는 주로 사망한 남성의 배우자나 장기적인 파트너가 정자 사용을 요청했다. 그러나 전쟁 이후에는 자녀를 잃은 부모가 정자를 보존하고 손주를 얻으려는 사례가 늘었다. 이스라엘 정부는 관련 절차를 지원하고 있으며, 법률적 지원에 나서는 단체도 활동하고 있다.
“고인의 의사 어디까지 인정할까”…윤리 논쟁사후 출산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고인이 생전에 정자 채취와 출산에 동의했는지, 그 의사를 어디까지 추정할 수 있는지다.
아들이 생전에 자녀를 원했다는 사실과 사망한 뒤 부모가 선택한 여성과의 출산까지 원했다고 보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니다. 고인이 명확한 의사를 남기지 않은 경우 부모가 대신 생식 관련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를 두고 윤리적 논란이 이어지는 이유다.
출생할 아이의 권리와 복지 역시 고려해야 할 문제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고인의 유산이나 가족의 상실을 이어받는 존재로 여겨질 수 있는 만큼, 부모의 애도와 아이의 삶을 구분해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스라엘은 출산과 난임 치료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국가로 꼽힌다. 여기에 전쟁으로 자녀를 잃은 가족의 슬픔과 후손을 남기려는 바람이 더해지면서 사후 정자 보존과 출산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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