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손주 안기 전 허락받으세요” 조부모 혐오 논란 ‘발칵’…논란된 광고 결국 [월드픽]

김민지 기자
입력 2026 10 29 08:59
수정 2026 10 29 09:01
조부모가 손주를 안아주기 전에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취지의 공익성 광고가 논란 끝에 삭제됐다. 가족 간 신체 접촉에도 상대방의 동의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았으나 ‘조부모 혐오’ 논란이 일면서 큰 반발을 샀기 때문이다.
영국 BBC, 아이리시 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아일랜드 더블린 성폭력피해지원센터(DRCC)는 지난 22일 조부모와 손주의 포옹을 소재로 제작한 공익성 광고를 소셜미디어(SNS)에서 삭제했다. 이 광고는 아일랜드 법무부의 재정 지원을 받은 동의 교육 캠페인 ‘위 콘센트(We-Consent)’ 일환으로, 일상에서 동의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
논란이 된 영상에는 조부모가 손주들을 만나기 위해 집을 방문하는 장면이 담겼다. 현관에서 손자가 반갑게 달려와 조부모를 껴안자, 뒤에 서 있던 손녀는 불편한 기색을 보인다. 이어 조부모가 손녀에게 다가가 입맞춤과 포옹을 하려고 하자 소녀는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이후 영상에는 ‘모든 사람이 포옹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의 포옹일지라도. 어색한가?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가? 물론이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동의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안내한다.
가까운 가족 사이에서도 상대방의 의사를 살피고 존중해야 한다는 메시지였지만, 이 광고는 아일랜드 현지에서 큰 반발을 일으켰다. 가족 간의 자연스러운 애정 표현이 문제인 것처럼 표현했으며 특히 조부모의 포옹이 불편하고 경계해야 할 행동처럼 묘사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 세금으로 이러한 캠페인을 지원하는 건 예산 낭비라는 비판도 나왔다.
논란이 일자 제임스 오칼라한 아일랜드 법무부 장관은 “해당 영상은 정부의 견해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 영상은 부적절하고 조부모의 품위를 떨어뜨렸다”며 “성적인 관계에서 동의의 개념을 이해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이 영상은 그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한 의원은 “공공 재원이 투입된 영상이 아주 ‘설익은’ 생각으로 만들어졌다”면서 “노년층에게 모욕적이고 상처를 줄 수 있는 광고에 공공재원이 쓰인 것이 매우 안타깝다”고 주장했다.
영상을 제작한 DRCC 측은 관련 워크숍에 참가한 이들의 경험을 토대로 여러 상황을 광고에 담았다면서 “영상은 아주 어린 나이부터 타인의 경계선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도로 제작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광고가 우리가 목표로 한 효과를 낼 수 있는지 다시 한번 검토해보겠다”면서 “그때까지 해당 영상을 모든 SNS 채널에서 내리겠다”고 전했다.
영상이 삭제되며 논란은 마무리됐으나, 아일랜드 시민자유위원회(ICCL)는 법무장관의 개입을 문제 삼았다. 정부 지원을 받는 비영리단체의 활동에 장관이 개입한 것은 시민단체 내 자기 검열과 위축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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