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하~’ 웃음과 따뜻한 밥상…최불암 선생이 줬던 ‘보건의학적 가치’도 컸다
이병문 기자
입력 2026 10 30 10:32
수정 2026 10 30 14:43
의료계 “파안대소 웃음, 시각·미각 자극한 어릴적 음식…국민 정신건강에 긍정적 영향 줬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원장(가정의학과 교수)은 “단순히 연기자 한 사람의 부음을 넘어 그가 남긴 특유의 웃음소리와 서민적 이미지가 한국 현대인의 심뇌혈관 건강, 정신의학적 안정, 그리고 사회적 외로움 완화에 실질적인 보건학적 이점을 제공했다”면서 “국민의 몸과 마음 전체를 보살펴주신 ‘시대의 의사(醫師)’와도 같은 분이시라는 점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최불암 선생의 트레이드마크인 고개를 뒤로 젖히며 터뜨리는 ‘파하~’ 웃음은 의학적으로 매우 우수한 복식 호흡형 웃음 치료(Laughter Therapy) 메커니즘을 포함한다. 자율신경의학 관점에서 볼 때, 기도를 넓히며 긴 날숨을 뱉어내는 호흡성 웃음은 긍정적인 생리학적 변화를 유발한다.
웃음의 초기 단계에서는 단기적으로 심박수가 올라가지만, 이내 이완을 담당하는 미경골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혈압이 하강하고 혈관이 확장된다. 또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 분비를 억제하여 만성 스트레스로 인한 혈관 내피세포 손상을 방지한다. 대중이 그의 성대모사를 따라 하거나 웃음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뇌 내 쾌락 및 통증 완화 물질이 분비되어 정서적 긴장 완화 효과를 얻는다.
1990년대 대유행했던 ‘최불암 시리즈’ 역시 유머가 주는 ‘정서적 카타르시스(Emotional Catharsis) 작용’을 통해 당시 IMF 등 사회적 위기를 겪던 국민의 집단적 스트레스 지수를 낮추는 일종의 ‘정신적 완충재’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인이 2011년부터 14년간 끌어온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은 정신건강의학과 및 노인의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기억회상 치료(Reminiscence Therapy)의 매개체였다.
어린 시절의 음식과 고향 풍경을 시각적, 청각적인 자극으로 인해 해마와 편도체를 자극했고, 따뜻한 음식을 나누는 모습을 통해 사회적 고립감을 줄이고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한몫하기도 했다.
고인은 전국 각지의 향토 음식을 소개하며 시청자들에게 ‘정서적 허기’를 채워주었다. 이는 노년층 시청자들에게 우울감과 치매 예방에 도움을 주는 정서적 자극제로 작용했을 것이다.
임상심리학에서 안정적인 대부(代父) 캐릭터의 존재는 사회 구성원 전체에게 ‘안전기지(Secure Base)’ 역할을 한다. ‘전원일기’의 양촌리 김 회장, ‘수사반장’의 박 반장 캐릭터를 통해 최불암 선생이 구축한 ‘소탈하고 정의로우며 품어주는 아버지상’은 한국 사회의 급격한 산업화와 핵가족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서적 불확실성을 상쇄해 주었다.
나해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나해란정신건강의학과 원장)는 “정신분석학적으로 대중은 그를 통해 마음의 안식을 얻고 정서적 불안을 줄일 수 있었다”며 “이는 세대 간 갈등을 완화하고 집단적 불안 장애 수치를 낮추는 데 긍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고인은 생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장 등을 맡으며 미아 찾기, 희귀난치병 어린이 돕기 등 사회공헌 활동에 평생을 바쳤다. 이는 타인을 돕는 행위가 본인과 사회 전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 수명을 증진한다는 ‘알트루이즘(Altruism·이타주의) 효과’를 몸소 실천한 사례다.
비록 최불암 선생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가 67년의 연기 인생 동안 국민에게 전달한 ‘따뜻한 웃음’과 ‘정서적 안식’이라는 보건의학적 유산은 앞으로도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남아 일상의 긴장을 완화해 줄 것이다.
이병문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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