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의 마법, 자주 안는 것보다 중요한 건 ‘이것’ [사이언스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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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쌀쌀해지고 크리스마스가 점점 가까워 오면 23년 전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정석 ‘러브액츄얼리’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영화의 시작은 영국 히드로공항을 비추며 수많은 사람들이 포옹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사랑 가득한 마음을 안고 상대를 꼭 안아 주는 포옹은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기분 좋게 만든다. 힘들 때 누군가 말없이 꼭 안아 주던 ‘인생 포옹’의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포옹을 쉽게 떠올리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 그 이유는 뭘까.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인생 포옹’이 있을 것이다. 인생포옹을 기억하는 이와 그렇지 못한 사람을 나뉘는 것은 공감 능력과 애착 성향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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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인생 포옹’이 있을 것이다. 인생포옹을 기억하는 이와 그렇지 못한 사람을 나뉘는 것은 공감 능력과 애착 성향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제공


영국 브리스톨대 심리과학부, 런던대(UCL) 임상·교육·보건 심리학과, 서섹스대 심리학부, 그리니치대 생애발달 연구소, 독일 본대학병원 정신건강 및 정신치료과, 호주 멜버른 케언밀라 연구소 심리·상담·정신치료부 공동 연구팀은 인생 포옹을 쉽게 떠올리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가르는 것은 공감 능력과 가까운 사람을 대하는 애착 성향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 10월 29일 자에 실렸다.

포옹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기분을 좋게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람들이 어떤 포옹에 대해서는 왜 오래 기억하는지는 거의 연구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신체적, 정신적 문제가 없는 18~92세 남녀 영국인 1만 5049명을 대상으로 공감 능력, 애착 성향, 자기 신체에 대한 생각, 평소 포옹 습관이 포옹 기억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분석했다.

연구팀은 “긍정적 감정 효과 때문에 기억에 남는 포옹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면 가장 큰 이유가 뭔지를 물었다. 그 결과 응답자의 69.5%가 그런 포옹이 있다고 답했으며 가장 큰 이유로 ‘위안’(32.5%)으로 나타났다. 그다음으로 ‘이해받는 느낌’(28.7%), ‘심리적 지지’(20.0%)로 답했고 ‘신체적 흥분’을 꼽은 사람은 1.5%에 그쳤다. 사람들이 오래 기억하는 포옹은 설렘보다 ‘괜찮다’는 마음을 전해 준 포옹이라는 것이다.

기억하는 포옹에 대한 이유도 남녀 차이가 있었다. 신체적 흥분을 이유로 꼽은 남성은 3.9%로 여성 0.8%의 약 5배로 나타났다. 친근함도 남성(12.3%)이 여성(4.8%)보다 많았다. 여성이 기억하는 포옹의 이유는 위안(34.6%)과 이해(29.9%)로 확인됐다.

포옹 같은 신체 접촉은 아기와 어른을 가리지 않고 통증이나 우울증, 불안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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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 같은 신체 접촉은 아기와 어른을 가리지 않고 통증이나 우울증, 불안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픽사베이 제공


개인의 성향도 영향을 미쳤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그 감정을 함께 느끼는 공감 능력이 높을수록 가족과 친구를 늘 포옹으로 맞는 사람일수록 좋은 포옹을 기억할 가능성이 컸다. 반대로 안길 때의 느낌이 싫거나 어느 정도의 강도로 안아야 할지 몰라 어려워하는 사람은 인생 포옹을 기억할 가능성이 낮았다.

어린 시절부터 형성된, 가까운 사람과 관계를 맺는 방식인 ‘애착’도 갈림길이었다. 남에게 기대지 않고 거리를 두려는 ‘회피 애착’ 성향이 강할수록 좋은 포옹을 덜 기억했고 상대가 떠날까 불안해하는 ‘불안 애착’ 성향이 강할수록 더 잘 기억했다.

자기 몸과 접촉을 연결해 생각하는 정도도 관련이 있었다. 옷을 고를 때 촉감까지 따지거나 다른 사람이 다정하게 만져 줄 때 자기 몸에 자신감이 생긴다고 답한 사람일수록 좋은 포옹을 더 잘 기억했다. 반면 자기 몸에 얼마나 만족하는지는 포옹 기억과 관련이 없었다. 또 포옹을 얼마나 자주 하는지, 어릴 때 부모가 잠자리에서 안아 줬는지는 ‘인생 포옹’ 기억과 관련이 없었다. 연구팀은 접촉의 횟수보다 그 접촉을 스스로 어떻게 느끼느냐가 좋은 기억을 만드는 데 중요하다고 해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 연구 결과는 포옹이 몸과 마음을 함께 돌본다는 기존 연구들과도 맞닿아 있다.

연구를 이끈 마이클 바니시 영국 브리스톨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포옹을 몸의 반응이 아니라 기억으로 본 첫 대규모 연구”라며 “받는 사람의 성향이 포옹의 의미를 바꾸며 접촉을 주관적으로 어떻게 경험하는지가 긍정적인 기억 형성과 이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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