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성폭력 피해로 10대 때 출산…결혼 후 알았습니다” 남편 ‘혼인 취소’ 고민 [사연잇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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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10대 시절 성폭력 피해로 출산 후 입양 보내
남편 “결혼 전 알았어도 망설임 없이 결혼했을까”

임신 자료 사진.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아이클릭아트
임신 자료 사진.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아이클릭아트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남성이 아내가 성폭력 피해로 출산했던 과거를 뒤늦게 알게 된 뒤 혼인 취소를 고민하고 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30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결혼 후 아내의 과거를 알게 됐다는 남성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는 “한창 행복하게 신혼생활을 즐겨야 할 때인데 요즘 고민이 많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가 아내를 처음 만난 곳은 봉사활동 모임이었다. 말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묵묵히 자신의 몫을 해내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고 한다.

A씨는 아내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을 들였다. 약 6개월 동안 가까워지려고 노력한 뒤 용기를 내 고백했지만 처음에는 거절당했다. 이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진심을 표현했고, 1년가량이 흐른 뒤에야 두 사람은 연인으로 발전했다.

결혼을 결심하기까지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아내가 애초부터 결혼할 생각이 없는 비혼주의자였기 때문이다. A씨는 오랜 설득과 기다림 끝에 마침내 결혼에 성공했다.

그는 “마침내 청첩장을 돌렸을 때 친구들이 인간승리라며 축하해줬다”며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나 결혼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에게 자신이 전혀 알지 못했던 과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내는 결혼 전 아이를 출산한 경험이 있었다.

아내가 털어놓은 사연은 안타까웠다. 10대 시절 성폭력 피해를 당해 임신했고, 결국 아이를 낳게 됐다는 것이다. 당시 어린 나이에 아이를 직접 키울 경제적·현실적 여건이 되지 않아 입양을 선택했다고 한다.

아내는 아이를 입양 보낸 이후 한 번도 직접 만난 적이 없으며, 현재 아이가 어떻게 지내는지도 알지 못한다고 A씨에게 설명했다.

A씨는 “아내가 어린 나이에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저한테 말하지 못했던 이유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면서도 “한편으로는 당혹스럽고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내를 사랑해서 결혼했고, 아내의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면서도 “만약 결혼 전에 이 사실을 알았더라도 아무런 망설임 없이 결혼을 결심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아내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지금 아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앞으로 결혼생활을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에서 배우자가 결혼 전에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숨겼다면 혼인을 취소할 수도 있다는 글을 봤다”며 “정말 그런 이유로 혼인을 취소할 수 있는 거냐. 성폭력 피해로 아이를 낳게 됐다는 사정도 법적인 판단에 영향을 미치느냐”고 물었다.

이혼 자료사진. 아이클릭아트
이혼 자료사진. 아이클릭아트


변호사 “혼인 취소는 쉽지 않아…이혼은 가능”이에 대해 박이찬 변호사는 혼인 취소가 법적으로 가능하려면 상대방이 혼인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정도의 기망행위를 했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민법 제816조 제3호는 사기 또는 강박으로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 혼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배우자가 과거 출산 경험을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혼인 취소 사유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특히 박 변호사는 해당 사실을 어떤 방식으로 알리지 않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내가 출산 경험이 없다고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했는지, 아니면 과거 성폭력 피해라는 지극히 사적인 경험을 먼저 털어놓지 않았던 것인지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내가 자발적인 선택이 아닌 성폭력 피해로 임신과 출산을 겪었고, 이후 아이를 입양 보낸 채 별다른 교류 없이 지내왔다는 사정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이번 사안에서는 혼인 취소가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청소년 시절 성폭력 피해로 출산하고 아이를 입양 보냈다는 사정이 있다면, 과거 출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혼인 취소에 해당하는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는 “남편이 느끼는 당혹감과 배신감 역시 가볍게 볼 수는 없다”면서도 “아내가 겪었던 성폭력 피해와 그로 인한 고통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단순히 ‘과거 사실을 숨겼다’는 이유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조인섭 변호사는 “혼인 취소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지만 이혼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정리했다.

판사봉. 서울신문 DB
판사봉. 서울신문 DB


앞서 2016년 대법원은 이와 유사한 사안에서 성폭력 피해로 인한 임신과 출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사기에 의한 혼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성폭력 피해로 인한 임신과 출산은 개인의 매우 내밀한 사생활 영역에 해당하며, 이를 배우자에게 반드시 알려야 할 법적·사회적 고지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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