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저 교실에서 혼자 찐빵 먹어요”…후원금 쏟아졌는데 ‘반전’ 있었다 [월드픽]
하승연 기자
입력 2026 10 27 14:03
수정 2026 10 27 14:54
중국에서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상의 소년들이 가난과 학대에 시달리는 사연을 앞세워 중장년층과 노년층의 동정심을 자극하고, 이들을 상대로 고가 상품을 판매하는 사례가 확산해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숏폼 플랫폼에서는 ‘샤오하이’(Xiaohai)로 불리는 AI 아바타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교복이나 평범한 흰색 셔츠를 입은 10대 소년의 모습으로 등장해 눈물을 흘리며 가난한 처지를 호소한다.
한 영상에서 샤오하이는 찐빵을 손에 든 채 시청자들을 ‘이모’나 ‘엄마’라고 부르며 “반 친구들은 모두 점심을 먹으러 갔어요. 저는 교실에 숨어서 이걸 먹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학비를 내지 못해 빗속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소년의 모습이 등장한다. 그는 메밀 시리얼을 사 달라며 판매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또래들에게 조롱당한다고 호소한다.
샤오하이는 건강보조식품과 생활용품을 홍보할 때도 홀로 아버지를 부양해야 한다는 사연을 내세운다. 하지만 판매 가격은 다른 곳보다 훨씬 비싼 경우가 많다.
샤오하이가 판매하는 식용유 한 병은 99위안(약 2만원)에 팔리지만, 다른 판매처에서는 60위안(약 1만 20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판매 수수료가 최대 55%에 달해 운영자들이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개된 AI 프롬프트를 활용해 샤오하이 영상을 제작하는 사람들은 하루 2000~3000위안(약 40만~60만원)을 벌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영상은 중국 숏폼 플랫폼 전반으로 퍼졌으며, 샤오하이 관련 주제의 누적 조회수는 6억회를 넘어섰다. 주요 시청자는 중장년층과 노년층이다. 댓글 창에는 소년을 실제 자녀처럼 걱정하고 아끼는 반응이 이어진다.
한 누리꾼은 “왜 찐빵만 먹고 있니? 이모이자 엄마인 내가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상품을 주문한 뒤 “사랑하는 아들아, 엄마가 네 물건을 주문했어. 영원히 사랑해”라고 했다.
직접 소년을 만나기 위해 먼 길을 떠나는 사례도 생겨났다. 지난 5월 중국에서는 경찰이 홀로 기차를 타고 이동하던 79세 여성을 발견했다.
글을 읽고 쓸 줄 몰랐던 이 여성은 샤오하이를 만나기 위해 가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샤오하이가 라이브 방송에서 꽃을 구경하자고 초대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경찰은 가족에게 연락하고 해당 소년이 가상 인물이라는 사실을 설명한 뒤 여성을 귀가시켰다.
법률 전문가들은 판매를 유도하기 위해 거짓 사연을 꾸며내는 행위가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베이징대 마량 교수는 이 현상을 더 근본적인 사회 문제와 연결해 분석했다. 현실에서 극심한 외로움을 겪는 노인들이 정서적 공백을 채우기 위해 디지털 소비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마 교수는 “많은 노인이 오프라인에서 극심한 외로움을 겪고 있다”며 “이들은 정서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디지털 소비에 의존한다”고 설명했다.
하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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