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한 푼 안 쓰고 하루 종일 놀아요”…中청년들 ‘이곳’으로 몰리는 이유 [월드픽]
하승연 기자
입력 2026 10 31 13:47
수정 2026 10 31 13:47
중국 젊은 층 사이에서 무료 혜택과 체험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는 이른바 ‘제로 코스트(무지출) 라이프’가 인기를 끌고 있다.
3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현지 소셜미디어(SNS)에는 쇼핑몰에서 무료 샘플을 받는 방법부터 구매할 생각 없이 자동차 시승을 예약하는 요령까지 다양한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른바 ‘쇼핑몰 산책’이다. 지출을 아끼려는 젊은이들이 냉방이 잘되는 대형 쇼핑몰을 돌아다니며 거의 돈을 쓰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전형적인 일과는 이렇다. 친구들과 4위안(약 800원)짜리 레모네이드를 사 마신 뒤 미니소 같은 생활용품 매장에 들러 각종 제품을 체험한다. 옷 가게에서는 실제 구매 없이 마음에 드는 옷을 입어보기도 한다.
쇼핑몰을 돌아다니다 지치면 식품관으로 향한다. 온라인 후기를 작성하는 조건으로 제공되는 무료 간식이나 판촉 기념품을 챙긴 뒤 저렴한 복권 한 장을 사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부동산 매물 구경을 주말 나들이로 활용하는 이들도 있다. 치솟는 집값에 내 집 마련을 포기한 젊은이들이 부동산 방문 예약을 통해 고급 아파트 단지와 주변 상권을 둘러보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친구들은 약속을 취소할 수 있지만 부동산 중개인은 절대 당신을 바람맞히지 않는다”며 “전기자전거를 타고 직접 데리러 오기까지 한다”고 농담했다.
일부 고급 아파트 분양 홍보관에는 무료 헬스장과 미술관까지 마련돼 있다. 중개인들은 방문객이 늘어나면 현장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들 수 있어 구매 의사가 뚜렷하지 않은 사람들도 반기는 편이다.
일에 지친 젊은 직장인들에게는 일종의 심리적 위안이 되기도 한다. 한 누리꾼은 “아무리 번아웃이 오고 앞날이 막막해도 부동산 중개인은 언제나 당신의 미래를 믿어준다”며 “이 정도면 무료 심리 상담이나 다름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최근에는 이런 소비 방식이 자동차 전시장으로까지 번졌다. 중국 토종 전기차 업체의 전시장이 운전면허를 갓 딴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 나들이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는 시승 고객을 대상으로 커피잔부터 최신 아이폰까지 다양한 경품을 내건 추첨 행사를 진행한다. 리오토(Li Auto)는 차량용 청소기를, 니오(NIO)는 야외 캠핑용품을 증정한다.
한 누리꾼은 샤오미 직원 식당에서 무료 시승을 마친 뒤 커피와 페이스트리, 신선한 연어까지 공짜로 즐겼다고 전했다.
한 현지 매체에 따르면 영업사원들도 이런 방문객을 반기는 분위기다. 실제 구매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시승 고객을 늘리면 월간 판매 실적을 채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일하는 루시도 시승을 일종의 기분 전환 수단으로 여긴다. 탁 트인 전면 지붕창과 가죽 시트를 직접 경험하며 잠시나마 일상의 스트레스를 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매체에 “언젠가 이 차를 소유하게 될 미래의 나와 단기 계약을 맺은 기분”이라며 “언젠가는 나도 이 차를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화 전문가들은 ‘제로 코스트 라이프’가 경제적 불확실성에 맞서는 일종의 심리적 방어기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저축을 늘리거나 경제적 계층을 끌어올리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젊은이들이 소유와 소비를 분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비싼 돈을 들여야 누릴 수 있었던 고급 상업시설을 저렴한 여가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도 이런 흐름의 하나다.
하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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