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테러인 줄”…트럼프 ‘핼러윈’ 깜짝 이벤트에 시민들 ‘공포’ [월드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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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행사장 상공 두 차례 저공비행
놀란 시민들, 긴급 신고하기도

백악관 위를 저공 비행하는 에어포스원과 이를 지켜보는 트럼프 대통령 부부. UPI=연합뉴스
백악관 위를 저공 비행하는 에어포스원과 이를 지켜보는 트럼프 대통령 부부. UPI=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이 핼러윈을 맞아 어린이들에게 특별한 볼거리를 선사하려고 준비한 대통령 전용기 저공비행 이벤트가 오히려 워싱턴 DC 시민들을 공포에 빠뜨렸다. 사전 안내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형 항공기가 도심 상공을 낮게 가로지르자 시민들은 테러나 추락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오인했고, 인근 공항 항공편까지 줄줄이 지연됐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는 전날 백악관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핼러윈 행사를 열었다.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던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오후 5시 45분쯤 백악관 상공에 등장한 대통령 전용기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행사에 참석한 어린이와 가족들도 하늘을 올려다보며 환호했다.

백악관은 소셜미디어(SNS)에 비행 장면을 담은 영상을 올리고 “아이들을 위한 멋진 에어포스원 비행”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백악관 행사장 밖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도심 곳곳에서 갑자기 굉음을 내며 낮게 날아가는 대형 항공기를 목격한 시민들은 영문을 몰라 불안에 떨었다.

WP가 항공기 추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해당 항공기는 워싱턴 DC 상공을 비행하는 동안 지상에서 약 122~305m(400~1000피트) 높이까지 내려왔다. 백악관 주변을 두 차례 통과했으며, 일부 구간에서는 건물과 기념물에 가까운 고도로 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 DC는 백악관과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 연방의회 등 미국의 핵심 국가기관이 밀집한 곳으로, 미국 내에서도 항공기 운항이 가장 엄격하게 통제되는 지역 중 하나다. 평소 보기 어려운 대형 여객기 형태의 항공기가 도심 상공을 낮게 비행하자 시민들이 놀란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발생한 워싱턴 DC 인근 항공기 충돌 참사의 기억도 불안감을 키웠다. 2025년 1월 레이건 워싱턴 내셔널 공항 인근 포토맥강 상공에서는 아메리칸항공 여객기와 미 육군 블랙호크 헬기가 충돌해 탑승자 67명이 모두 숨졌다. 2001년 9·11 테러 당시 여객기가 펜타곤을 공격했던 기억 역시 시민들에게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 있다.

실제 SNS에는 당시 상황을 전하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한 시민은 “워싱턴에서 비행기가 낮게 날아가는 모습을 보는 데 익숙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무서웠다”며 “상업용 여객기처럼 들려 비행기가 추락하는 줄 알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시민은 “거리의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고 했다. 일부 시민은 비행기가 건물에 충돌할 것처럼 보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2026년 10월 29일 워싱턴 D.C.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열린 할로윈 행사 중 에어포스 원이 백악관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6년 10월 29일 워싱턴 D.C.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열린 할로윈 행사 중 에어포스 원이 백악관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놀란 시민들이 긴급 신고를 하는 일도 벌어졌다. 미국 매체 데일리비스트는 저공비행을 목격한 주민들이 911에 신고했으며, 소방 당국의 출동 과정에서 해당 항공기가 에어포스원 비행이라는 안내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사전 공지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워싱턴 DC 시의회는 SNS를 통해 “이번 비행은 워싱턴 도심과 펜타곤,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 있는 사람들에게 불과 15분 전에야 통보됐다”며 “우리 시의회 관계자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이 놀랐다”고 밝혔다.

미군은 오후 5시 23분쯤 주민들에게 내셔널몰 일대에서 항공기 비행이 예정돼 있다는 내용의 안내를 발송했다. 항공사 관계자들도 비행 계획을 한 시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통보받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레이건 공항 항공편 202편 지연
관제사도 “이번이 마지막이기를”
항공 운항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안전을 위해 백악관에서 직선거리로 약 6.4㎞ 떨어진 로널드 레이건 워싱턴 내셔널 공항의 항공기 운항을 일시 중단했다.

항공편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이날 해당 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의 26%, 도착 항공편의 17%가 지연되는 등 모두 202편의 운항에 차질이 발생했다. 일부 항공기는 공항에 착륙하지 못하고 상공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WP가 확보한 관제탑 교신 녹음에는 당시 조종사와 관제사의 대화도 담겼다. 오후 5시 49분쯤 한 조종사가 “저 비행기는 몇 번이나 더 저공비행을 하는 겁니까?”라고 묻자 관제사는 “이번이 마지막이기를 바랍니다”라고 답했다.

FAA는 해당 비행이 사전에 기관과 조율된 일정이었다며 공항 운항을 잠시 중단해 안전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 측도 필요한 안전 절차를 준수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2026년 10월 29일 워싱턴 D.C.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열린 할로윈 행사 중 에어포스 원이 백악관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2026년 10월 29일 워싱턴 D.C.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열린 할로윈 행사 중 에어포스 원이 백악관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한편 대통령 전용기는 대통령이 탑승했을 때 ‘에어포스원’이라는 호출부호를 사용한다. 이번 비행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행사장에 머물며 지상에서 항공기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참석하는 주요 행사에서 대통령 전용기가 상공을 비행하는 장면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스포츠 경기 등 대형 행사에서도 유사한 저공비행 이벤트가 종종 연출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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