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판사’ 낙인부터 가족 신상까지… 반복되는 좌표찍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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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력에 흔들리는 법관… 61% “부담 느꼈다”
법관 신변보호 요청, 지난해 12건으로 급증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1심 선고 이후 재판을 맡은 판사를 겨냥한 온라인상의 ‘좌표찍기’와 신상털이가 확산하고 있다.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의 판결이 나올 때마다 판사 개인과 가족까지 공격하는 행태가 반복되면서, 사법부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는 오 시장 사건을 심리한 조형우 부장판사를 겨냥한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왔다. 일부 게시물에는 “조형우는 좌판(좌파+판사)”, “대대손손 이완용처럼 고통받아라” 등 원색적인 비난과 함께 “출생지가 어디냐”, “가족은 누구냐”며 개인정보를 캐묻는 내용도 담겼다.

‘판사 좌표찍기’는 정치적으로 민감하거나 사회적 관심이 큰 재판이 있을 때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에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공격 대상이 됐다. 이른바 ‘내란 사건’ 1심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지귀연 부장판사도 욕설과 조롱성 게시글은 물론 가족으로 추정되는 사진까지 온라인에 공유되며 논란이 일었다. 2024년에는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1심 판결을 맡은 당시 수원지법 부장판사가 특정 세력으로부터 탄핵 서명 압박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공격은 법관들에게도 적잖은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2024년 11월 전국 법관 6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47.1%는 특정 재판 과정에서 외부 압력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61.1%는 외부 압력으로 재판에 부담을 느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외부 압박을 줄이는 방안으로 ‘법원의 공식 입장 표명 등 언론 대응 강화’(68.8%)를 가장 많이 꼽았고, ‘법관 및 가족 개인정보 보호 강화’(17.3%)가 뒤를 이었다. 실제 신변 보호를 요청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해 법관 신변 보호 요청은 12건으로, 2023년(2건)과 2024년(1건)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판사 개인과 가족을 겨냥한 조직적인 온라인 공격이 재판의 독립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관 개인이 직접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소송에 나설 경우 오히려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차 교수는 이어 “법관 개인이나 가족의 신상을 공개하거나 협박하는 행위는 단순한 의견 표명을 넘어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며 “경찰 등 수사기관이 선제적으로 대응해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를 막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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