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확신하는 진실,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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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조예은(오른쪽)이 신작 ‘녹색 절벽의 신자들’ 북토크에서 독자들에게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kt밀리의서재 제공
소설가 조예은(오른쪽)이 신작 ‘녹색 절벽의 신자들’ 북토크에서 독자들에게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kt밀리의서재 제공


소설가 조예은(오른쪽)이 신작 ‘녹색 절벽의 신자들’ 북토크에서 독자들에게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kt밀리의서재 제공
소설가 조예은(오른쪽)이 신작 ‘녹색 절벽의 신자들’ 북토크에서 독자들에게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kt밀리의서재 제공


녹색절벽의 신자들
녹색절벽의 신자들


나의 확신과 타인의 확신이 충돌할 때 나는 어디에 기대야 하는가. 지극히 개인적인 감각 그리고 거기에서 비롯된 강한 신념뿐이다. 진실이라서 믿는 것이 아니다. 믿기 때문에 진실인 것이다.

3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녹색 절벽의 신자들’(오리지널스)로 돌아온 ‘호러장인’ 소설가 조예은(33)이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빌딩 대산홀에서 북토크를 열고 독자들과 만났다. 이번 작품에서 조예은은 외계인을 신봉하는 사이비종교를 소재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그리고 ‘믿음’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추석에 가족이 모여 식사하고 있었어요. 제가 무척 좋아하는 새우전이 딱 하나 남았더라고요. 예의주시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확 집어 드시더라고요. 아버지는 동태전을 좋아하시면서…. 그런데 아버지한테 물어보니 본인은 새우전을 드신 적이 없다고 하시는 거예요. 제가 본 것과 아버지의 감각 사이에 차이가 있는 것이죠. 이럴 때 진실은 무엇일까요?”

한 편의 시트콤 같지만, 현상과 믿음 사이 아주 복잡한 문제를 건드리는 일화다. 내가 보는 것과 타인이 보는 것 사이에는 좁혀지지 않는 차이가 있다. 조예은의 아버지가 먹은 그것은 새우전일까, 아닐까. 조예은의 시선에서는 그것이 새우전이지만, 아버지의 시선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것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을 때, 믿음이 끼어들어 가기 시작한다. 어쩌면 이것은 소설 속 사이비종교뿐만 아니라 사분오열된 채 극렬하게 갈등하고 있는, 오늘날 세계의 우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주 허무맹랑한 것을 믿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모두가 말도 안 된다는 것을 믿게 될 때 가장 큰 증거는 나의 감각밖에 없잖아요. 내가 보고, 듣고 냄새 맡은 것이 있으면 그 말도 안 되는 것들을 믿을 구실이 생기기도 하는 거죠.”

소설은 국내 오컬트 애호가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낙동초 미확인비행물체(UFO) 집단목격 소동’에서 영감을 받았다. 1973년 충남 보령시에 있는 낙동초등학교 학생들이 단체로 UFO를 봤다고 주장하며 파장을 일으켰던 사건이다. 작품 전반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상징으로 ‘녹색’을 사용한 것에 대해 조예은은 “녹색은 자연 친화적이고 눈을 편안하게 한다는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 녹색이 주는 신비롭고 음산하며 불길한 느낌을 활용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중요한 메타포로 쓰이는 ‘미트볼’은 둥글게 뭉쳐진 모양이 마치 우리가 발 딛고 선 행성의 모습과도 닮았다. 겉만 봐서는 어떤 고기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듯이, 미트볼은 그 자체로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분간하기 힘든 세계의 상징으로 쓰였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조예은은 “소설을 쓰면서 ‘나’라는 것이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더욱 믿게 됐다”고 밝혔다. 이것은 아마도 나의 감각, 나의 확신을 조금 내려놓을 때 비로소 우리의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깨달음일 것이다.

오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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