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韓, 왜 친일파 자손 용서 안 하나”…“연예인 몰아세우는 연좌제”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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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하영이 5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8.5 뉴스1
배우 하영이 5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8.5 뉴스1


배우 하영(본명 안하영·33)의 증조부가 일제강점기 친일 단체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일본 언론들이 하영 증조부 논란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12일 일본 매체 JB프레스는 ‘왜 한국은 친일파의 자손을 용서하지 않는가’라는 취지의 칼럼을 통해 하영 증조부 논란을 다뤘다.

매체는 “한국 연예계에는 오래전부터 따라다니는 ‘주홍글씨’가 있다. 다름 아닌 ‘친일파의 자손’이라는 낙인”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하영 증조부의 행적이 후손 비판의 근거가 되는 상황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매체는 “하씨가 일제강점기를 경험한 것도 아니고, 만난 적도 없는 증조부의 과거 행위가 문제 되고 있다”며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어느새 그에게 ‘친일파의 자손’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고 전했다.

매체는 “한국 연예계에선 인기를 얻으면 당사자의 과거 행적뿐만 아니라 부모, 형제, 심지어 조상의 행적까지 파헤쳐진다. 그중에서도 ‘친일 선조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국인을 가장 격분하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하영과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던 한국 배우들의 사례를 나열하며 “한국 사회는 조상의 죄를 후손에게 묻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데 그치지 않고 역사에 관한 표현마저 법으로 심판하려 하고 있다”며 “한국 사회가 진정으로 경계해야 할 것은 역사를 잊는 일이 아니라 역사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을 심판하는 도구가 되는 현실일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배우 하영이 지난 7일 방송된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해 4대째 의사 집안이라는 가문의 내력을 공개했다. 자료 : KBS
배우 하영이 지난 7일 방송된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해 4대째 의사 집안이라는 가문의 내력을 공개했다. 자료 : KBS


같은 날 후지뉴스네트워크(FNN)에도 ‘한국에서 친일이 갖는 무거운 의미’라는 제목의 칼럼이 올라왔다.

후지TV 객원 해설위원인 가모시카 히로미 교수는 안상호에게 제기된 친일 행적과 의혹을 소개하며 “소셜미디어(SNS)에선 (하씨에 대해) 사실과 근거가 부족한 의혹으로 ‘이완용을 구하고 고종을 독살한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비난이 퍼졌다”며 “하씨의 사과에도 출연작으로부터 하차나 연예계 은퇴를 요구하는 등 거센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사회의 친일 청산 인식도 언급했다. 가모시카 교수는 “한국에는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한다’는 말이 있다”며 “‘친일파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인식은 지금도 뿌리 깊어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의 조상에게 친일 의혹이 제기되면 ‘친일 대가로 후손까지 번영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선조의 행적을 검증하는 것과 후손에게 사회적 제재를 가하는 것은 별개 문제”라며 “증조부의 의혹을 이유로 방송 프로그램과 광고까지 비공개되는 상황은 현대판 ‘연좌제’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친일’이라는 표현의 범위가 확대됐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확인된 행위와 근거 없는 의혹, 선조와 후손, 역사적 책임과 현대의 정치적 공격은 구분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친일’이라는 말의 적용 대상은 끝없이 확대되고 본래 무엇을 비판하고 기억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마저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를 잊지 않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기억이 새로운 차별이나 집단적 공격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며 “이번 논란은 역사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뿐만 아니라 그 책임을 누구에게, 어디까지 물을 것인가라는 어려운 과제를 한국 사회에 던지고 있다”고 했다.

배우 하영이 증조부 논란과 관련해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하영 인스타그램
배우 하영이 증조부 논란과 관련해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하영 인스타그램


앞서 하영은 지난 7일 방송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해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 아버지, 언니까지 4대째 의사 집안”이라며 “증조할아버지께서 당시 한양에서 최초로 양의원을 개원하셨다고 한다. 고종황제를 진료하시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하영의 증조부가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일본에서 의사 자격증을 취득한 의료인인 안상호(1872~1927)로, 당시 친일 인사들이 모여 만든 단체인 ‘대정친목회’에서 활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친일 의혹이 일었다. 이 단체는 조선인 상류층이 참여했으며 ‘을사오적’ 중 한 명인 이완용이 고문을 맡았다.

역사문제연구소 장신 상임연구위원의 2007년 논문 ‘대정친목회와 내선융화운동’에 따르면 조선총독부 경무국은 1927년 대정친목회에 대해 “총독정치를 시인하고 내선민족의 융화를 목적으로 하는 내선융화단체”라고 언급했다.

다만 안상호는 민족문제연구소가 2009년 펴낸 친일인명사전에는 이름이 등재돼 있지 않다.

논란이 커지자 하영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후손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장문의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하영은 “이번 일을 계기로 관련 자료를 직접 찾아보는 과정에서 증조부의 친일 행적을 알게 됐다”면서 “일제강점기라는 뼈아픈 시간을 지낸 우리나라의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가족사를 가볍게 언급했던 것을 반성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가 미처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 역사를 외면하거나 가볍게 여길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그 과오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후손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광복절을 앞둔 시기에 저의 부족함으로 물의를 일으켜 더욱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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