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강래의 도시 톡] 국가적 난제 세 가지를 한꺼번에 푸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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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연금 ‘실거주 예외’ 사유에
‘지방으로 이주 가구’ 포함하면
수도권집값, 지방소멸, 노인빈곤
예산·법 없이 한번에 풀 수 있어

이런저런 시도에도 도무지 풀리지 않는 국가적 난제가 세 가지 있다. 수도권 집값, 지방 소멸, 노인 빈곤이다. 이 셋을 한꺼번에 풀 실마리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한다. 주택연금의 실거주 예외 사유에 ‘지방으로 이주하는 가구’를 넣으면 된다. 무슨 사기성 광고 같은 말이냐고 할 수도 있겠다. 각 난제를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수도권 집값이다.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매년 4만~5만 명이 순유입되고, 이 흐름은 꺾이지 않고 있다. 수요는 느는데 개발할 땅은 많지 않다. 공사비와 금리 부담, 정비사업 갈등으로 공급은 더디기만 하다. 앞으로 2~3년은 공급절벽이 기다리고 있다. 무주택자에게는 정말 어려운 시간이 될 것이다.

반면 지방은 사람이 빠져나가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떠나고 있다. 인구가 줄어드니 학교, 도서관, 체육관, 문화센터, 도로 등 필수 인프라를 유지하기도 버겁다. 동네 병원이 문을 닫고, 버스 노선이 줄고, 빈집이 늘어난다. 남은 주민에게는 점점 살기 어려운 곳이 될 것이다.

그리고 노인 빈곤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략 50대 초중반에 주된 일자리에서 물러난다. 이때부터 생활비 걱정이 시작된다. 그렇다고 이들이 가난한 것은 아니다. 50대 가구 순자산은 평균 5억 5000만원이다. 문제는 이 돈의 대부분이 집에 묶여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집은 얼어붙은 돈이다. 냉동실에 얼음이 가득해도 지금 목이 마르면 소용이 없다. 얼음을 녹여 물로 바꿔야 한다. 가장 쉽게 떠올리는 방법은 집을 팔고 더 작은 집이나 더 싼 동네로 옮겨 차액을 쓰는 것이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취득세, 중개수수료, 이사비 같은 거래비용이 만만치 않고 집값이 더 오를 거라는 기대 때문이기도 하다. 자식에게 집 한 채라도 물려줘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 부모가 집 파는 걸 완강히 반대하는 자식도 있다. 옮겨 갈 마땅한 집을 찾기도 쉽지 않다. 팔자니 아깝고, 안 팔자니 쓸 돈이 없다.

이럴 때 쓸 수 있는 제도가 주택연금이다. 집을 팔지 않고 계속 살면서 매달 생활비를 받는다. 물론 공짜 돈은 아니다. 집을 담보로 매달 돈을 빌려 쓰는 일종의 장기 주택담보대출이다. 55세 부부가 시세 10억원짜리 집으로 가입하면 매달 약 156만원을 평생 받는다.

문제는 주택연금을 받기 시작하면 그 집에 꼼짝없이 묶인다는 점이다. 주택연금은 원칙적으로 그 집에 살아야 받을 수 있다. 예외는 입원, 자녀 봉양, 실버타운 이주처럼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때뿐이다. 은퇴 후 고향으로 내려가고 싶어도, 집값 싼 지방 도시에서 살아보고 싶어도 주민등록을 옮기는 순간 연금이 끊긴다.

실거주 예외 사유에 ‘비수도권 이주’를 더하면 어떨까. 부산, 대구, 광주 같은 대도시도 좋고 순천이나 춘천 같은 중소도시도 좋다. 지방으로 옮겨 가 주택연금을 받고, 비워 둔 수도권 집은 무주택자에게 세를 놓는다. 주택연금과 월세를 합치면 시세 10억원짜리 집을 이용해 매달 250만원 넘게 손에 쥘 수 있다. 주거비가 싼 지방이라면 한결 여유 있는 노후가 가능하다.

지방에 정말 갈 사람이 있겠냐고 물을 수도 있다. 모두가 갈 필요는 없다. 집에 묶인 돈으로 노후를 꾸리고 싶고, 지방에서 살고 싶은 사람만 가면 된다. 그런 가구는 수도권에만 적어도 수만, 많게는 10만을 헤아릴 것이다. 자식에게 물려줄 집이 사라지는 건 아니냐고? 그렇지 않다. 부부가 모두 세상을 떠나면 그동안 받은 연금을 정산하고, 남는 집값은 자녀에게 돌아간다. 받은 연금이 집값을 넘어서더라도 자녀에게 갚으라고 하지 않는다.

이제 큰 그림을 그려 보자. 수도권 중장년 가구가 지방으로 옮겨 간다. 이들이 비운 집이 임대시장에 나온다. 새로 짓지 않고도 수도권의 전월세 시장에 주택이 공급되는 셈이다. 지방에는 매달 생활비를 손에 쥔 사람들이 들어와 동네 식당에서 밥을 먹고, 병원에 다니고, 문화센터에 등록한다. 지방에 온기가 돌 것이다.

그렇게 세 난제가 함께 풀리기 시작한다. 큰 예산도, 새로운 법도 필요 없다. 이미 있는 제도를 손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것이 사기성 광고처럼 들린다면, 거대한 문제에 비해 해법이 너무 간단해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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