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고 약탈 난리인데 “중동 가게는 안 털려”… ‘돼지고기만 남았다’는 가짜뉴스? 파리에 직접 가본 77만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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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최근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폭동과 약탈 사태로까지 번진 가운데 파리 레퓌블리카 광장 기념비에 시위대가 남긴 낙서가 가득하다. 유튜브 채널 ‘캡틴따거’ 캡처
프랑스에서 최근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폭동과 약탈 사태로까지 번진 가운데 파리 레퓌블리카 광장 기념비에 시위대가 남긴 낙서가 가득하다. 유튜브 채널 ‘캡틴따거’ 캡처


“너 괜찮아? 폭동 때문에 문제 없었어?”(유튜버 캡틴따거)
“전혀 문제없어. 내 식당은 안전해. 길거리에 있는 상점 중에 유일하게”(중동 음식점 업주)

프랑스에서 최근 대규모 시위가 폭동과 약탈 사태로까지 번진 것과 관련, 소셜미디어(SNS)에 ‘폭동이 휩쓸고 간 슈퍼마켓에 햄과 돼지고기만 남았다’는 주장을 담은 영상이 확산하면서 ‘무슬림 배후설’이 퍼지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이민자와 특정 종교 혐오를 조장하려는 가짜뉴스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 가운데 국내 유명 여행 유튜버가 약탈 피해 현장에 직접 방문한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중국 최고 명문대인 칭화대를 졸업한 중국 전문가로서 중국 전역을 여행하는 콘텐츠로 이름을 알린 유튜버 캡틴따거(본명 문신호·36·구독자 77만명)는 유럽 캠핑카 여행 도중 프랑스에서 심각한 시위가 벌어졌다는 뉴스를 접하고 현장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머물고 있던 체코 프라하에서 곧장 파리로 향했다.

지난 24일 올린 ‘프랑스 파리 시위 3일 뒤의 모습’이라는 제목의 영상에는 폭동·약탈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파리 시내 모습과 현지 주민들의 목소리가 담겼다.

프랑스에서 최근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폭동과 약탈 사태로까지 번진 가운데 파리 시내 한 골목에 완전히 불에 탄 차량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유튜브 채널 ‘캡틴따거’ 캡처
프랑스에서 최근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폭동과 약탈 사태로까지 번진 가운데 파리 시내 한 골목에 완전히 불에 탄 차량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유튜브 채널 ‘캡틴따거’ 캡처


캡틴따거가 파리 시내에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시위가 할퀴고 간 상처는 뚜렷했다. 보이는 쓰레기통마다 새카맣게 불타 있었고, 몇몇 상점들의 유리창은 깨져 있었다. 어질러진 거리를 치우기 위해 청소차와 환경미화원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내·외부 수리 중인 한 유명 패션 브랜드 매장 관계자는 “일주일 동안은 어쩔 수 없이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시위가 시작된 레퓌블리카 광장 중심에 우뚝 솟은 기념비에는 뉴스에서 본 것처럼 시위대가 남긴 낙서가 빼곡했다.

캡틴따거는 이곳에서 시위에 참가했다는 젊은이들을 만났다. 이들은 광장 기념비에 ‘프랑스 경찰에 의해 죽거나 다친 이들을 위하여’ 등 문구가 낙서돼 있는 것이라고 알려줬다.

프랑스 파리 레퓌블리카 광장에서 최근 시위에 참가했다는 젊은이가 여행 유튜버 캡틴따거에게 다친 손을 보여주며 “경찰이 내 손가락을 부러뜨렸다”고 말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캡틴따거’ 캡처
프랑스 파리 레퓌블리카 광장에서 최근 시위에 참가했다는 젊은이가 여행 유튜버 캡틴따거에게 다친 손을 보여주며 “경찰이 내 손가락을 부러뜨렸다”고 말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캡틴따거’ 캡처


한 젊은이는 “작년 시위에서도 많이 죽었고, 이번에 일어난 시위에서는 2명이 죽었다. 많은 사람들이 실명하거나 다쳤다”고 했다. 그러면서 붕대를 감은 자신의 손을 보여주며 “경찰이 곤봉으로 내 손가락을 부러뜨렸다”고 했다.

해가 진 후 다시 찾은 레퓌블리카 광장에는 들어가지 못하게 차단선이 설치돼 있었고 무장한 경찰들이 혹시 모를 시위에 대비해 경비를 서고 있었다. 한 경찰은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광장이 폐쇄된다”고 알려줬다.

한쪽 도로에는 불에 완전히 타고 뒤집힌 차량들이 줄줄이 늘어선 모습도 보였다. 이 중 한 차량에 시위대가 붙여 놓은 것으로 보이는 메모에는 ‘우리의 목소리를 듣지 않더니 (시위를 하니) 이제야 우리를 쳐다본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다음날 아침 캡틴따거가 찾아간 레퓌블리카 광장 인근 거리에는 피해를 입은 상점들이 더 많았다. 유리창이 다 깨진 상점 전면에는 나무판이 임시로 덧대져 있었고, 몇몇 상점들은 모금을 요청하는 QR코드를 붙여 놓기도 했다.

프랑스에서 최근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폭동과 약탈 사태로까지 번진 가운데 한 상점이 약탈 피해를 입고 있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 한 장면. 유튜브 채널 ‘캡틴따거’ 캡처
프랑스에서 최근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폭동과 약탈 사태로까지 번진 가운데 한 상점이 약탈 피해를 입고 있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 한 장면. 유튜브 채널 ‘캡틴따거’ 캡처


캡틴따거는 내부까지 완전히 엉망진창이 된 한 안경 가게로 들어갔다. 점원은 폐쇄회로(CC)TV에 촬영된 약탈 당시 영상을 보여주면서 “선글라스와 안경을 모두 다 가져갔다. 컴퓨터도 가져갔다”고 설명했다.

해당 길거리에 있는 가게 3분의 2는 약탈 피해를 당한 것 같다고 설명하던 캡틴따거는 한 중동 음식점을 발견했고 사장에게 인사를 건넸다. “많은 상점들이 피해를 받았지만 여기는 안전하다”는 사장의 말을 듣고 나오면서 캡틴따거는 “특정 중동 이민자들에 대한 혐오로 번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은 든다”면서도 “중동 상점들은 안 깨졌다”고 전했다.

피해를 많이 입은 거리 맞은편에는 흑인들이 주로 오가는 미용실 등 상점들이 늘어선 거리가 있었다. 캡틴따거는 “흑인 분들이 머리하시는 이 지역은 별로 당한 데가 없다”며 “인종차별적인 걸로 보일까봐 조심스럽긴 한데 사실은 전달해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캡틴따거가 눈으로 확인한 피해 상황은 이번 프랑스 시위의 극히 일부 모습으로, 약탈의 무슬림 배후설 등을 뒷받침하기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에서 최근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폭동과 약탈 사태로까지 번진 가운데 파리 시내 한 상점 유리창 곳곳이 깨져 있고 낙서로 얼룩져 있다. 유튜브 채널 ‘캡틴따거’ 캡처
프랑스에서 최근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폭동과 약탈 사태로까지 번진 가운데 파리 시내 한 상점 유리창 곳곳이 깨져 있고 낙서로 얼룩져 있다. 유튜브 채널 ‘캡틴따거’ 캡처


한편 주말인 지난 24일(현지시간)에도 프랑스 각지에서 고물가 항의 등 시위가 이어진 가운데 당국이 대규모 공권력을 동원해 대응하면서 지난주와 같은 폭력 사태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당국이 시위 제한령을 내리고 경찰 7만명과 헬기, 장갑차 등 투입 방침을 밝히면서 과열됐던 시위 분위기는 다소 진정됐다.

프랑스 내무부는 이날 파리 시위에 약 11만명이, 전국적으로는 약 30만명이 시위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전주의 55만여명보다 대폭 줄어든 숫치다. 다만 시위 참여를 독려한 프랑스 주요 노동조합인 노동총연맹(CGT)은 참가자 수를 80만명으로 집계해 차이를 보였다.

대부분의 시위는 평화적으로 진행됐으나, 일부 시위대가 경찰과 산발적으로 충돌하면서 프랑스 전역에서 약 1300명이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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