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 양산하는 첫 고비 분수, 뇌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사이언스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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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처럼 인류 문명에 중요한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사랑을 못 받는 학문도 드물 것이다. 학창 시절 소위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가 되는 순간은 여럿이 있다. 소금물 농도 계산, 분수와 소수 등 수 개념, 함수 등 다양한 개념이 함정처럼 앞에 놓여 있다.

초등학생에게 ‘자연수 사이에도 수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선뜻 답하지 못하고 수학에 싫증을 내는 순간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에게 묻는다면 쉽게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수, 정수, 실수, 그 중간에 분수와 소수 등 수 개념이 확장됐기 때문이다. 그렇자면 어른의 뇌 속에서 분수와 정수는 어떻게 정리돼 있을까.

성인의 뇌에는 분수와 정수 개념이 하나의 직선 지도 위에 있다는 사실이 뇌 영상으로 확인했다.

픽사베이 제공
성인의 뇌에는 분수와 정수 개념이 하나의 직선 지도 위에 있다는 사실이 뇌 영상으로 확인했다. 픽사베이 제공


프랑스 파리샤클레대 인지신경영상 연구단, PSL대 콜레주 드 프랑스 공동 연구팀은 수의 크기를 비교할 때 성인 뇌의 두정엽 일부에 작은 수부터 큰 수까지 차례로 배열된 지도가 있으며 이 지도 위에 분수와 정수가 함께 놓여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플로스 생물학’ 10월 23일 자에 실렸다.

수를 직선 위에 크기 순서대로 늘어놓은 듯한 뇌 속 표상을 ‘마음속 수직선’이라고 한다. 정수에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들이 많지만 5는 3보다 크지만 1/5는 1/3보다 작은 것처럼 겉모양과 실제 크기를 헷갈리기 십상인 분수도 같은 선에 놓이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쓰는 성인 남녀 20명에게 0~5의 정수 6개와 1/4, 1/3, 1/2, 2/3, 3/2, 5/2 분수 6개를 무작위로 하나씩 보여주고 방금 본 수가 바로 앞의 수보다 큰지 작은지 판단하게 했다. 그동안 7T(테슬라) 초고해상도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뇌 활동을 1.2㎜ 단위로 찍었다.

분수는 예상대로 쉽지 않았다. 두 분수를 비교할 때 평균 반응 시간은 1.19초로 정수를 비교할 때(0.81초)보다 0.4초 정도 길었다. 오답률도 9.5%로 정수끼리 비교할 때(3.7%)의 2.5배였다. 두 수의 크기가 가까울수록 느려지고 더 많이 틀리는 ‘거리 효과’도 분수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렇지만 응답 패턴을 분석하자 참가자들은 분수와 정수를 따로 떼어 놓지 않고 실제 크기 순서대로 한 줄에 세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 영상 결과에 따르면 뇌 활동 패턴은 두 개의 축으로 정리됐다. 하나는 ‘분수냐 정수냐’를 가르는 축이었고, 다른 하나는 종류와 상관없이 작은 수부터 큰 수까지 줄을 세우는 축이었다. 수학 관련 뇌 영역에서는 크기가 비슷한 수일수록 활동 패턴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1/4에 대한 반응은 숫자 4보다 0에 가까운 식이었다.

뇌의 미세 단위인 복셀(voxel)이 특정 숫자에 선택적으로 반응하며 뇌 안에 숫자가 순서대로 배열된 전체적인 ‘수기능 지도(’가 있음을 보여주는 뇌 영상. 우리 뇌 속에는 특정 숫자에만 반응하는 세부 구역들이 존재하며, 이 구역들이 숫자의 크기 순서대로 지도처럼 정돈되어 늘어서 있다는 뜻이다.

플로스 생물학 제공
뇌의 미세 단위인 복셀(voxel)이 특정 숫자에 선택적으로 반응하며 뇌 안에 숫자가 순서대로 배열된 전체적인 ‘수기능 지도(’가 있음을 보여주는 뇌 영상. 우리 뇌 속에는 특정 숫자에만 반응하는 세부 구역들이 존재하며, 이 구역들이 숫자의 크기 순서대로 지도처럼 정돈되어 늘어서 있다는 뜻이다. 플로스 생물학 제공


분자·분모의 겉모양이 아니라 분수가 실제로 나타내는 값을 기준으로 정리된다는 뜻이다.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에서도 크기에 따른 패턴이 관찰됐다. 특히 수 처리의 핵심 부위로 꼽히는 앞쪽 두정내고랑과 아래마루소엽에서는 숫자 지도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작은 수에 반응하는 부위는 앞쪽, 큰 수에 반응하는 부위는 점점 뒤쪽에 자리했고, 정수와 분수의 배열이 서로 잘 맞아떨어졌다. 정수 0을 선호하는 부위는 분수 중에서도 1/4, 1/3, 1/2처럼 작은 값에 더 강하게 반응했다.

연구를 이끈 스타니슬라스 데하니 파리샤클레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정수와 분수 공통의 수 지도를 찾아낸 첫 연구”라고 강조하며 “수의 크기에 집중할 때 뇌는 양을 매우 체계적인 내부 지도로 정리하며 이 지도는 분수와 정수를 하나의 마음속 수직선 위에 함께 올려놓아 서로 다른 종류의 수를 같은 체계에서 비교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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