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사랑해도 법적 부부는 안 된다…‘킬잇’ 우승자의 동성 결혼 [돋보기]

김유민 기자
입력 2026 11 02 08:27
수정 2026 11 02 08:27
tvN 패션 서바이벌 프로그램 ‘킬잇’ 우승자인 스타일리스트 김나라가 지난 1일 8년간 교제해온 동성 연인과 결혼식을 올렸다.
김나라는 결혼식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정해진 길은 없다. 우리만의 길을 가면 된다”며 결혼 소식을 전했다.
그는 “8년 동안 서로를 사랑하고, 관습에 도전하고, 우리의 자리를 찾기 위해 싸우며, 여전히 우리의 사랑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나라에서 그저 우리 자신으로 살아온 끝에 드디어 내일 결혼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에서는 동성 결혼이 아직 불법이다. 실제로 혼인신고를 하러 가더라도 돌아오는 건 ‘불수리’라는 내용이 담긴 종이 한 장뿐일 것”이라며 법적으로 부부가 될 수 없는 현실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사랑을 축하하기 위해 누군가의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고, 세상이 우리의 사랑을 인정해 줄 때까지 마냥 기다릴 생각도 없다”며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우리만의 방식으로 아름다운 삶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나라는 또 “우리의 작은 사랑 이야기가 세상의 또 다른 성소수자 커플 중 단 한 커플에게라도 자신의 미래를 믿을 용기를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에게는 더없이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나라는 지난 7월 ‘킬잇’ 우승 당시에도 연인을 “가장 멋진 파트너”라고 소개하며 결혼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국에서는 동성 커플이 결혼식을 올리더라도 법률상 부부로 인정받기 어렵다. 현행 민법에 동성 결혼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조항은 없지만, 동성 커플의 혼인신고는 수리되지 않고 있다.
다만 동성 커플의 권리를 인정하는 사법부의 판단은 조금씩 확대되는 추세다.
2024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동성 동반자에게도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피부양자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이라는 취지다.
당시 대법원은 동성 동반자 관계도 이성 사실혼 관계와 마찬가지로 경제적 생활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이 판결이 동성 결혼이나 동성 사실혼의 법적 지위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2024년 10월 동성 커플 11쌍은 혼인할 권리를 인정받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2월에는 동성 커플 2쌍이 동성 간 혼인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 제도의 위헌성을 다투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시민사회에서도 동성 결혼 법제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혼인평등 캠페인 ‘모두의 결혼’은 온라인 플랫폼 빠띠에서 ‘한국에도 동성 결혼을! 혼인평등법, 함께 만들어요!’라는 제목으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22일 마감을 앞둔 해당 캠페인에는 제시된 집계 기준 목표 인원 3만명 중 2만 2988명이 참여해 약 76.6%의 달성률을 기록했다.
해외에서는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국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네덜란드는 2001년 세계 최초로 동성 결혼을 법제화했고, 미국은 2015년 연방대법원 판결을 통해 전국적으로 동성 결혼을 허용했다. 아시아에서는 대만이 2019년 처음으로 동성 결혼을 법제화했으며, 태국도 2025년부터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김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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