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부러져도 금메달 거뜬…스리랑카 ‘국민 영웅’ 첫 올림픽 금메달 보인다

류재민 기자
입력 2026 09 29 17:58
수정 2026 09 29 17:58
올해 14개 대회에서 13번째 우승 이뤄내
평소 쓰던 창, 비행기 운송 과정 중 파손
“한국인들 걱정 감사…기록은 다음 기약”
2028 LA 올림픽 겨냥 사상 첫 金 기대감
스리랑카의 국민 영웅 루메시 타랑가 파티라게(23)는 정말 가볍게 우승했고 환하게 웃었다. 지구본에서 차지하는 비중만큼이나 현장에서 루메시를 응원하는 스리랑카 사람들의 숫자는 극히 적었지만 그의 존재감만큼은 제대로 하늘을 찔렀다.
인도양의 보석 스리랑카에서 등장한 세계 육상계의 보석 루메시가 어김없이 아시안게임까지 제패했다. 루메시는 지난 28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창던지기에서 88.55m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해 출전한 14개의 국제대회에서 13번째 우승이다.
앞선 세 차례 시기에서 73.53m, 83.34m를 기록한 뒤 한 차례 파울을 범했던 루메시는 4차 시기에서 88.33m를 던지며 단숨에 선두로 올라섰다. 마지막 시기에서는 기록을 88.55m까지 끌어올리며 금메달을 확정했다.
루메시는 어린 시절 크리켓 선수로 활약하다 재능을 알아본 코치에 의해 창던지기 선수로 전향했다. 창던지기 선수에 대한 지원이 없어 그는 선수로서 지원을 받기 위해 스리랑카 공군에 2023년 입대했고 지난 8월 코먼웰스 우승을 계기로 부사관으로 진급했다. 지난해까지는 유망주 수준이었지만 올해 기량이 제대로 폭발했다. 지난 6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다이아몬드리그에서는 92.62m를 던지며 올해 첫 90m 돌파 기록을 썼다. 올해 나온 4차례 90m 이상 기록 중 3회가 그의 몫이다.
이날 비가 오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루메시가 던진 창은 스리랑카 밀림의 표범이라도 잡을 기세로 경쾌하게 날아갔다. 1위 기록에도 그는 대회 기록(89.15m), 아시아 기록(92.97m)을 못 깨서 아쉬움을 표했다. 비가 꽤 내린 데다 대회 출전을 위해 탑승한 비행기에서 루메시가 평소 쓰던 창을 다 박살 내는 바람에 긴급히 새 창을 공수해 출전한 터라 한계가 있었다.
경기 후 만난 루메시는 ‘한국 팬들이 걱정 많이 했다’는 질문에 “정말 감사하다”고 웃었다. 그는 “전용 창이 부러지는 바람에 없이 경기를 치러야 했고 비까지 내려 최고 기록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첫 번째가 대회 신기록, 두 번째가 아시아 신기록을 깨는 게 목표였는데 아쉽다. 다음을 기약하겠다”고 말했다.
스리랑카는 아시안게임 때마다 금메달이 1개 나올까 말까 한 스포츠 약체 국가다. 이날 현장에도 루메시를 보러 온 사람을 손에 꼽을 정도였다. 심지어 스리랑카 취재진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루메시에 대한 해외 언론의 관심은 지대했다.
루메시는 “창던지기 종목에서 스리랑카 최초의 금메달을 따게 돼서 기쁘다”면서 “다만 비가 내려 제대로 창을 잡지 못했고 기대만큼 멀리 던지지 못했다. 비가 오는 날에 던지는 건 정말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는 90m 이상 던질 수 있는 비결에 대해 “특별히 없다. 매년 꾸준히 훈련하는 것뿐”이라고 답하며 천재들만의 평범한 면모를 자랑했다.
스리랑카는 역대 올림픽에서 두 개의 은메달(1948년·2000년)밖에 없다. 나라가 가난해 스포츠 선수로 살아갈 길이 마땅치 않아서다. 2024 파리 올림픽 6명, 2020 도쿄 올림픽 9명이 출전했을 정도로 극소수의 선수만 출전한다. ‘실론티’세계 홍차 산업의 중심 국가지만 지난해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이 5000불 정도로 가난한 나라여서 운동선수로 크기가 어려운 탓이다.
루메시의 이번 금메달은 스리랑카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남다르다. 루메시는 “올 시즌은 전반적으로 매우 좋았고 이번 시즌은 끝났다. 내년에 다시 뵙겠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어 “다음 목표는 세계선수권이고 그다음이 올림픽”이라며 세계 육상 역사를 새로 쓸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우승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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