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엔 없다… 명예·동료애 빛나는 KLPGA ‘필드 은퇴식’ [권훈의 골프 확대경]
권훈 기자
입력 2026 11 04 23:39
수정 2026 11 05 01:28
정규 투어 대회 때 은퇴 ‘문화’로
조아연·이정민·장수연 최근 은퇴PGA·LPGA서는 따로 열지 않아
2016년 박세리 작별 ‘상징적 장면’
그린 지킨 베테랑 예우 전통 생겨
은퇴 시점 선택·동업자 정신 한몫
KLPGA·스폰서·팬클럽 축하 물결지난달 29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S오일 챔피언십 1라운드가 끝난 뒤 제주 엘리시안 컨트리클럽 앞 광장에서 KLPGA투어 통산 4승을 올린 조아연의 은퇴식이 열렸다. 동료 선수뿐 아니라 미리 소식을 듣고 제주까지 날아온 팬클럽 회원들과 후원사 관계자들이 꽃다발 세례를 안기며 조아연의 새로운 출발을 축복했다.
조아연은 2019년 KLPGA투어에 데뷔하던 해 2차례 우승하면서 신인왕을 차지했고 이후 2승을 더했다. 그러나 그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갑상선 질환과 허리 부상 등으로 더는 투어 생활을 이어가기가 힘들다고 판단해 26살이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은퇴를 결심했다. 조아연은 앞으로 방송 활동과 함께 자신의 특기를 살린 쇼트게임 전문 코치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투어 통산 11승의 이정민은 지난달 15일 아이스버그골프·서울신문 오픈에서 은퇴식을 열었다. 이정민은 손목 연골 부상으로 본인이 납득할 수 있는 경기력이 나오지 않자 은퇴를 결정했다. 지난달 11일에는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 현장에서 장수연이 은퇴식을 가졌다. 정규 투어에서 14년을 활동하며 4승을 거둔 장수연은 동료들의 축하 속에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아마추어 시절 벤틀리 승용차가 상품으로 걸린 홀에서 홀인원을 했지만 아마추어 정신에 맞지 않는다며 사양해 ‘벤틀리 소녀’라는 별명이 붙었던 서연정도 8월 BC카드·한경 KLPGA 챔피언십 2라운드를 마치고 은퇴식을 했다.
원래 골프에서 은퇴식이라는 행사는 없었다. 나이가 들면 시니어 무대로 이어지는 골프 특성상 선수 활동 기간이 평생이나 다름없어 굳이 은퇴라는 매듭을 지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전설 잭 니클라우스(86), 게리 플레이어(91)는 공식적으로 은퇴한 적이 없다. 이들은 투어 활동을 하지 않지만 여전히 골프 코스가 활동 무대다. 2016년 87세를 일기로 타계한 아널드 파머 역시 은퇴식을 열고 골프를 그만둔 적이 없었다.
고령의 베테랑이 디오픈이나 마스터스 등 특정 대회에 더는 출전하지 않겠다며 마지막 18번 홀 그린에서 인사하거나 작별 사진을 찍는 경우는 있지만, 공식적인 은퇴식을 따로 치르지는 않는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도 선수 은퇴식은 거의 볼 수 없다.
KLPGA투어도 과거에는 조용히 필드를 떠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2015년 박세리의 은퇴식을 계기로 달라졌다. 이제 KLPGA투어에서는 정규 투어 대회 때 대회장에서 은퇴식을 치르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LPGA투어 통산 25승을 거둔 박세리는 2016년 10월 인천 스카이72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1라운드를 마친 뒤 공식 은퇴식을 했다. 많은 갤러리와 후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필드와 작별한 이 행사는 한국 여자골프의 한 시대를 마감하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이후 2018년 통산 11승의 강수연, 2022년에는 KLPGA투어 359경기에 출전한 홍란, 2024년 김해림, 2025년 최혜용과 박희영 등이 대회 현장에서 은퇴식을 열었다. 베테랑을 예우하는 분위기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일본에서 6승을 거둔 김하늘, LPGA 투어 통산 9승의 최나연 등 해외에서 주로 뛰던 선수들도 KLPGA투어 대회에서 은퇴식을 했다.
그렇다면 유독 KLPGA 투어에서 은퇴식이 관행이 된 이유가 뭘까. 우선 선수의 주도적인 은퇴 시점 선택이다. 성적 부진으로 투어 카드를 잃고 조용히 사라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은퇴 시점을 정하는 선수가 많아졌다. 이정민처럼 명예로운 마무리를 택하면서 자연스럽게 공식 행사로 이어지고 있다.
KLPGA투어 특유의 동료애와 동업자 정신도 한몫한다. KLPGA투어 선수들은 코스에서는 경쟁하지만 ‘직장 동료’라는 인식이 강하다. 좋은 일이 생기면 커피차를 보내고, 떡이나 간식을 돌린다. 최종 라운드에 참가한 선수 절반 이상은 우승자가 결정될 때까지 대회장에 남아 우승자를 축하한다. 자연스럽게 투어를 떠나는 동료 선수를 코스에서 배웅하는 은퇴식에도 많은 선수가 참가한다.
KLPGA와 스폰서, 팬클럽도 은퇴식 개최에 정성을 들인다. KLPGA투어는 오랜 기간 투어 발전에 이바지한 선수의 마지막을 주요 이벤트로 존중해, 대회 중 별도의 공간과 시간을 기꺼이 내주고 후원사 임직원들도 후원해 온 선수의 은퇴식에 시간과 돈을 기꺼이 들인다. 팬들은 말할 것도 없이 응원하던 선수가 새 출발하는 현장에 모인다.
대회장 은퇴식은 앞으로도 KLPGA 투어의 확고한 전통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은퇴식은 이제 KLPGA투어에서는 선수의 개인 기록이 스토리로 남는 과정이 된 듯하다.
권훈 문화체육부 전문기자
ⓒ 트윅,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내안의 AI 본성 분석 :
UNMASK ]
"기사를 읽는 동안 깨어난 당신의 숨겨진 페르소나를 AI가 스캔합니다."
기사 읽는 습관에 숨겨진 당신의 MBTI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