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입지도, 사지도, 팔지도 마라” 발칵…금지령 내려진 이유 [월드픽]
하승연 기자
입력 2026 11 04 17:28
수정 2026 11 04 20:09
나이키 금지령 내린 리비아 이슬람 종교기관
“다신교 상징하는 그리스 여신 이름서 유래돼”
북아프리카에 있는 리비아의 이슬람 최고 종교기관이 미국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 로고가 있는 의류를 금지했다. 나이키 로고가 다신교를 상징하는 그리스 신화 속 여신과 관련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4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본부를 둔 종교기관 다르 알이프타(Dar al-Ifta)는 최근 ‘파트와’(fatwa)라고 불리는 판결을 통해 나이키 로고가 새겨진 의류를 구매하거나 판매, 착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다르 알이프타는 나이키라는 브랜드명이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승리의 여신 니케(Nike)에서 유래했으며, 유명한 ‘스우시’ 로고 역시 니케의 날개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로고가 새겨진 옷을 입는 행위는 다신교와 관련된 상징을 홍보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다신교는 하나 이상의 신을 숭배하는 종교적 믿음으로, 이슬람교의 가르침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리비아에는 고대 그리스 도시 키레네가 있으며, 이곳에서는 승리의 여신과 이름이 같은 그리스 신화 속 여신의 조각상 등 유적이 발견됐다. 종교위원회는 나이키가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하며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을 촉구했다.
리비아는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오랜 내전을 거치며 동부와 서부에 각각 경쟁 관계에 있는 정부와 기관이 들어서는 등 정치적으로 분열된 상태다.
앞서 다르 알이프타는 지난해 프랑스 명품 주얼리 브랜드 반클리프 아펠의 로고가 새겨진 장신구와 시계를 착용하는 것도 금지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기업의 네 잎 클로버 디자인이 기독교적 신앙 및 행운을 기원하는 행위와 연관돼 이슬람 교리에 어긋난다는 이유였다.
이번 결정에 대한 현지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는 종교적 결정을 환영했지만, 다른 이용자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아이러니한 조치이거나 더 시급한 현안을 외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파트와는 리비아 사회 전반에서 종교적 보수주의가 확산하는 흐름과 맞물려 나왔다. 2025년 리비아 동부 당국은 일부 가사와 공연이 공중도덕 및 이슬람 가치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랩 음악과 연극, 무용 공연을 제한했다. 이후 해당 조치는 서부 지역으로도 확대됐다.
다르 알이프타는 과거에도 음악을 금지하는 종교적 유권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공연 제한 조치에 직접 관여했다는 명확한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나이키는 리비아에 공식 매장을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현지 스포츠용품 매장에서는 나이키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스포츠 브랜드는 북아프리카 전역에서 인기가 높다.
하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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