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브레이크 뗀 ‘픽시’ 타면 과태료 4만원…내년 자전거도로 못 달린다

강주리 기자
입력 2026 09 30 22:59
수정 2026 09 30 23:37
행안부, ‘자전거법’ 시행규칙 입법예고
선수용 경륜장 등 운행장소 한정내년 1월부터 제동장치 의무화
전기 자전거와 동일 과태료 부과
사고 6% 줄었는데 사망 13%↑
사망 85명 중 차량 충돌이 54명
“픽시 제동거리 일반의 5배 이상”
지난 5월 1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만난 손모(18)군이 타고 있는 브레이크가 없는 픽시 자전거. 유승혁 기자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제동 장치가 없는 자전거인 ‘노브레이크 픽시’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됐다. 내년부터 브레이크를 뗀 픽시 자전거를 자전거도로에서 타다가 적발되면 과태료 4만원이 부과된다.
30일 행정안전부와 법제처에 따르면 행안부는 제동 장치가 없는 자전거의 안전기준과 운행장소 등을 구체화하는 내용을 담은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29일 입법예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안전 요건을 갖추지 않은 픽시 자전거로 자전거도로를 달리면 전기 자전거와 동일한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다.
픽시 자전거는 페달과 뒷바퀴가 함께 돌아가는 자전거로, 페달을 앞으로 밟으면 앞으로 나가고 뒤로 밟으면 뒤로 간다. 제동거리가 일반 자전거보다 4~5배 길어 돌발 상황에서 사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현행법은 ‘제동 장치가 있는 것’을 자전거로 정의해 브레이크를 떼면 오히려 자전거법 적용에서 빠지는 사각지대가 있었다. 픽시 자전거는 시중에 판매될 때 제동 장치를 달아 판매되지만 이용자가 손쉽게 제거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논란이 됐다. 문제는 이렇게 제동 장치가 제거되는 순간 픽시 자전거는 형태는 자전거지만 법적으로 자전거에 해당하지 않게 돼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지난 5월 17일 서울 서초구 한강반포공원에서 10대 아이들이 제동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픽시 자전거를 타고 질주하고 있다. 이지 기자
이에 행안부는 지난 7월 법 개정을 통해 내년 1월 8일부터 픽시도 자전거에 포함시키고 제동장치 부착을 의무화했다. 일부 청소년 사이에서는 미관이나 묘기 주행 등을 이유로 브레이크를 떼는 ‘노브레이크 픽시’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유튜브 등에는 브레이크 제거 방법이나 제동장치 없이 주행·묘기를 하는 영상까지 공유되면서 사고 위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날 입법예고된 시행규칙은 제동장치 없는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곳을 선수용 경륜장, 안전 대책을 마련한 체육시설, 경찰 승인을 받은 경기구역 등으로 한정했다. 일반 도로·자전거도로와 스포츠용 공간을 구분해 관리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개정 자전거법에는 자전거도로에서 브레이크를 떼어낸 픽시 자전거를 타면 최고 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나와 있지만 실제 과태료는 4만원으로 정해졌다.
행안부 관계자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법상에는 과태료를 50만원까지 매길 수 있으나 2017년 자전거도로에서 전기 자전거를 탈 때 과태료를 4만원으로 정해 형평성에 맞춰 제동 장치 없는 픽시 자전거도 이에 준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과태료 부과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도 고려됐다.
행안부가 전날 국가승인통계로 발표한 ‘2025년 기준 자전거 이용 현황’을 보면 지난해 자전거도로 총연장은 2만 8453㎞로 전년보다 699㎞(2.5%) 늘었다. 자전거 교통사고도 5571건에서 5235건으로 6% 감소했다.
그러나 사고 감소세와 달리 사망자는 75명에서 85명으로 오히려 13% 늘었다. 20세 이하 사고도 같은 기간 1620건에서 1659건으로 2.4% 증가했고 사망자도 1명 더 늘어 8명이 목숨을 잃었다. 자전거 이용자가 가해운전자로 분류된 교통사고 5235건 중에 64%인 3331건이 자전거 대 자동차 사고였다. 충돌·추돌을 피하지 못하고 먼저 들이받았다는 얘기다. 이로 인한 사망자가 54명에 달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브레이크가 없는 픽시 자전거의 경우 제동거리가 일반 자전거보다 5배 이상 길어 차량을 보고도 멈추지 못하고 그대로 부딪혀 사망 위험이 크다”며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보도 통행 시에도 급회전하거나 전방주의 의무 위반으로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학교에서 자전거 타기 안전교육과 함께 픽시 자전거의 위험성 홍보·단속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픽시 자전거 이용자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71명(42.8%)이 “사고가 났거나 날 뻔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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